5년 전과 똑같은 KT 주총 현장..이강철 사외이사는 불참

KT 내부 CEO양성 가능해져..정치권 외풍 막을까
노무현 정부 당시 활동한 김대유, 이강철 씨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동결..전기안전관리, 종합건설업, 전문디자인업 등 사업목적도 추가
  • 등록 2018-03-23 오후 12:32:43

    수정 2018-03-23 오후 5:45:22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이석채는 물러나라(KT 새노조, 2013년 3월 15일 KT주주총회)”

“황창규는 물러나라(KT 민주화연대, 2018년 3월 23일 KT주주총회)”

23일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 3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 5개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지만,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아수라장이었다.

KT새노조, KT전국민주동지회가 참가한 KT민주화연대 관계자들은 시작 전부터 피켓 시위를 벌였고, 9시 주총이 시작된 뒤에는 회의장에 들어와 “범죄자가 의장이냐” “황창규는퇴진하라” “경영 독재” “업무지원단 폐지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의장인 황창규 회장이 “좀 조용히 해 달라” “다른 주주들도 있지 않느냐” “질서유지권을 발동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잠시 조용해졌을 때는 새노조 측과 가까운 듯 보이는 인사가 발언권을 얻어 “카드깡까지 해서 기업 이미지를 실추한 황창규 회장은 부끄러운 줄 알고 기업을 사랑한다면, 후배들을 사랑한다면 책임지고 용퇴하라”고 언급했을 때뿐이다.

▲2018년 3월 23일 오전 9시 KT연구개발센터 2층에서 열린 주주총회에 KT새노조 등이 참가한 KT민주화연대 관계자들이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3년 3월 15일 오전 9시 KT 연구개발센터 2층에서 열린 제31기 주주총회 현장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낯설지 않다.

5년 전인 2013년, 이석채 회장 당시 열린 제 31기 주주총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KT새노조 등은 “이석채 회장 사퇴” “낙하산 퇴진”등의 구호를 외쳤다. 당시 새노조 등은 주주총회가 시작에 앞서 주주들에게 이석채 회장 처벌 탄원 서명을 받기도 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올해는 경비 업체와 새노조 측 몸싸움은 보이지 않았다는 점 정도다.

세상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간다는데, 정권이 바뀐 직후 KT 주총장 모습은 비슷하다.

KT는 2002년 민영화됐는데 2008년까지만 해도 주총장에서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KT출신인 이용경 사장이 민영 1기 사장으로, 남중수 사장(현 대림대 총장)이 2기와 3기 사장으로 선임된 주총장은 지금보다는 조용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KT주총장은 아수라장이다.

이석채 전 회장은 KT-KTF합병, 아이폰 국내 도입 등의 성과를 냈지만, 독선 경영과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휘말렸고 연임에 성공했지만 검찰 수사로 불명예 퇴진했다. 참여연대와 전국언론노조 등이 그를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황창규 회장은 2014년 KT 회장으로 취임한 뒤 적자기업 KT를 정상화했고 방만한 자회사를 찾아내는 옥석가리기에도 나섰다.

취임 초기 8304명을 구조조정해 노동계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이 전 회장에비해 개인 비리가 없고 낙하산 인사도 최소화했으며 기가인터넷·IPTV·5G 등 신기술 서비스를 리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KT 임원진 명의로 상품권을 ‘카드깡’방식으로 현금화해 국회의원들에게 건넨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황 회장 지시에 따른 것인지 역시 수사 중인 사안이다. 그럼에도 황창규 회장은 범죄자이니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KT 관계자는 “우리 사주 등을 가진 새노조원 등이 황창규 회장을 반대할 순 있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갈등이 KT의 성장을 저해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KT 회장을 정권 임기에 맞추든지, 아니면 노키아 지분을 산 핀란드 정부처럼 정부가 직접 주식을 보유하든지 해야 이상한 방식의 경영 개입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3월 23일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 2층 강당에서 열린 제3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황창규 KT 회장이 의장석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KT는 정관 개정을 통해 지배구조를 바꿨다.

기존 CEO추천위원회에 집중돼 있던 권한을 지배구조위원회, 회장후보심사위원회(CEO추천위원회에서 명칭 변경) 및 이사회로 분산해 ‘회장후보 심사대상자 선정→심사→회장후보 확정’의 절차를 거치게 했다.

또, 지배구조위원회를 통해 회장후보군을 조사 및 구성하도록 했으며, 사외이사에 대한 자격요건을 명시했다.

황창규 회장은 “지배구조위원회를 중심으로 선진사례 벤치마킹, 전문가 의견청취, 주주간담회 의견수집 등을 통해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부단히 모색해 왔다”면서 “완벽하진 않아도 진일보한 것으로 세계 최고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의 찬성의견으로도 입증됐다. 앞으로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KT 내부 CEO 양성 가능해져…넘어야 할 산도

이번 정관 개정으로 KT는 자체적으로 CEO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사외이사4인과 사내이사 1인으로 구성되는 지배구조위원회에서 회장 후보 심사 대상자를 정할 때, ‘사내·외 회장 후보자군을 조사·구성하고 이사회가 정하는 바에 따라 회장후보 심사대상자들을 선정한다’는 조항이 정관 개정으로 명시된 것이다.

KT 관계자는 “예전 이석채 회장 당시에도 다른 그룹처럼 임원들을 대상으로 CEO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정부 눈치를 보느라 못했는데 이번 정관 개정에 들어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KT민주화 연대는 “이번 정관 개정은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2년 임기가 남은 황 회장이 차기 CEO까지 사실상 지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정관 개정은 흔들리는 정치권의 외풍에 흔들리는 KT의 지배구조를 한층 투명하게 만들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KT는 23일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 2층 강당에서 제36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KT 황창규 회장이 정기 주주총회 의장석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총무비서관 지낸 이강철 이사는 불참


이번 정기 주총에서는 2명의 사내이사와 3명의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사내이사는 KT 경영기획부문장 구현모 사장이 재선임됐으며, KT 네트워크부문장 오성목 사장이 신규 선임됐다. 사외이사는 장석권 이사가 재선임됐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공직에 몸담은 김대유 전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이강철 전 대통령 정무특보도 선임됐다.

다만, 일신상의 이유로 이강철 이사는 주총장에 나오지 않았다. KT새노조 등은 김대유·이강철 이사 등이 KT 사외이사 제의를 거절했어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감사위원회 위원으로는 장석권, 임일 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사 보수한도는 전년과 동일한 65억원으로 동결됐다.

스마트에너지 사업 활성화를 위해 전기안전관리 대행업과 종합건설업을 목적사업에 추가했으며, 미디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문디자인업을 목적사업에 포함시켰다.

재무제표 승인을 통해 확정된 주당 1000원의 배당금은 4월 20일부터 지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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