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변양호 보고펀드 공동대표가 물러난다. 지난 2007년 인수한 LG실트론의 상장 실패 등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보고펀드 관계자는 29일 “변 대표가 LG실트론과 동양생명 등 ‘보고 1호 사모펀드(PEF)’의 잔여 투자자산 회수를 마무리하는 대로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변 대표가 운용을 맡은 보고 1호 사모펀드는 2007년 LG실트론 지분 29.4%를 인수했다. 그러나 상장에 실패하면서 투자 자금을 회수하지 못했고 인수 자금으로 금융권에서 빌린 2250억원을 갚지 못해 사실상 부도를 냈다.
공동 창업 파트너인 이재우 대표는 보고인베스트먼트에 남아 대체투자 업무에 집중한 뒤 기업 바이아웃(Buyout : 경영권 매각)과 에너지 관련 대체 투자 분야를 제외한 모든 펀드 운용 직책에서 사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박병무, 신재하, 안성욱, 이철민 등 4인 체제로 운영될 보고인베스트먼트그룹은 사명 변경을 통해 새 출발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변 대표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을 역임한 뒤 지난 2005년 보고펀드를 설립해 지금껏 주요 투자자산의 운용과 경영을 맡아 왔다. 보고펀드는 이후 동양생명, 비씨카드 등 대형 인수·합병(M & A)을 진행하며 토종 사모펀드의 대표 주자로 꼽혔다.
변 대표는 지난 2003년 당시 외환은행을 미국계 론스타펀드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뒤 2006년 검찰로부터 헐값 매각 혐의로 기소돼 ‘변양호 신드롬’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낸 당사자다. 이후 관료 사회 전반에 중요 정책 결정을 꺼리는 보신주의가 만연해지는 부작용이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