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핵무기 10개만 있어도 北 쉽게 핵 사용 못 할 것"[인터뷰]

한국핵자강전략포럼 대표 맡은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독자 핵무장론` 주장하는 대표적 외교안보 전문가
주체적으로 북핵 공격에 대응 가능…美도 부담 덜 것
핵실험 필요 없고 개발 쉬운 저위력 핵무기면 충분
  • 등록 2022-12-19 오후 4:04:29

    수정 2022-12-19 오후 7:40:40

한국핵자강전략포럼 대표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이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세종연구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저위력 핵무기를 최소한 10개만 가지고 있어도 북한이 쉽게 핵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중요한 건 핵무기가 있느냐 없느냐다.”

한국핵자강전략포럼의 대표인 정성장(사진)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미국과의 확장억제에 의존하는 게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인지 냉정히 봐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독자 핵무장(핵자강)을 주장했다. 한반도 외교·안보 전문가인 정 센터장은 `핵자강론`을 설파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정 센터장은 “북한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계속 고도화되면 고도화될수록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갖춘 상황에서, 아무리 우리나라가 핵공격을 받아도 미국이 북한의 핵보복을 감수하고 전술핵무기를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특히, 우리의 핵개발은 안보동맹국이자 원자력협정을 맺고 있는 미국을 설득하지 않고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정 센터장은 “내가 미국 대통령이라면, 동맹을 지키기 위해 자국민 수백만이 희생당하는 결정을 내리기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고 지적했다. 즉, 우리 스스로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주체적으로 북한의 핵공격에 대응할 수 있고, 미국도 자국민 수백만이 희생될 수 있는 결정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핵자강론의 주요 명분이기도 하다.

정 센터장은 지금 당장 우리나라가 핵개발을 시작해도 2년 정도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는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엔 상당히 많은 기술 결합이 필요하다.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면서도 “좁은 한반도에서 굳이 고위력 핵무기까진 만들 필요가 없다. 위력은 부차적”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핵을 보유하고자 하는 건 오로지 한반도 내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기 위함이기 때문에 저위력 핵무기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저위력 핵무기란, 제한된 파괴력을 통해 정밀 타격이 가능한 낮은 위력의 핵무기를 의미한다.

정 센터장은 “저위력 핵무기는 굳이 핵실험을 할 필요도 없고, 핵실험을 하지 않으면 국제사회가 제재할 명분도 없다”며 “이스라엘처럼 `NCND`(핵무기의 존재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정책)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장기적으로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해 북한과 힘의 균형을 맞춘 후, 천천히 핵군축 협상을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이다. 정 센터장은 “북한은 핵 경쟁에서 우리를 따라올 수 없다. 우리에겐 4000개가 넘는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이 있다. 결국 북한은 핵군축을 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러한 핵자강론을 탄탄히 구축하기 위해 지난 10월 한국핵자강전략포럼을 만들어 대표가 됐다. 정 센터장은 “핵자강을 통해서 외교·안보 분야에서 우리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한미 동맹에 있어 한미가 책임을 균형 있게 분담하는 건강한 동맹으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핵자강전략포럼 대표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이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세종연구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다음은 정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한국핵자강전략포럼의 설립 목적이 무엇인가.

△북한 핵과 미사일 능력의 급속한 고도화로 우리 국민의 안보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독자적 핵무장과 남북 핵균형을 통해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고 동북아 및 세계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했다. 핵자강을 통해서 외교·안보 분야에서 우리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한미 동맹에 있어 한미가 책임을 균형 있게 분담하는 건강한 동맹으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회원은 40명 이상이며,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를 비롯해 핵공학자들, 전직 장성들, 탈북민, 미국 및 북한 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다. 우리나라가 핵자강으로 가는 데 있어 범국민적인 합의를 이끄는 걸 목표로 한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수준은.

△현실적으로 전략핵무기뿐 아니라 전술핵무기까지 이미 보유하고 있는 걸로 판단한다. 다양한 투발 수단에 탑재할 수 있다. 그래서 북한이 핵무기를 몇 개 가지고 있느냐 하는 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50개 정도 개발했을 걸로 추정하는데, 더 적게 보는 평가도 있고 그보다 훨씬 더 높게 보는 시각도 있다. 만일 영변 이외에 다른 곳에 핵시설이 있다면 50개 이상이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전략핵무기는 그 위력이 커서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면 사용이 불가하다. 그러나 위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전술핵무기는 북핵 사용 문턱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온다. 북한 재래식 무기는 우리에 비해 절대적 열세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술핵무기를 쓸 가능성이 있다.

-왜 핵자강을 해야 하나.

△우리가 미국과의 확장억제에 의존하는 게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인지 냉정히 봐야 한다. 북한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계속 고도화되면 고도화될수록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가진 상황에서, 미국이 과연 북한에 전술핵무기 등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까. 내가 미국 대통령이라면, 동맹을 지키기 위해 자국민 수백만을 희생시키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 반대할텐데.

△미국 내 비확산론자들은 당연히 반대하겠지만 현실주의 정치학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를 따랐던 공화당계 인사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그들은 더 이상 미국이 세계 `경찰국가`의 역할을 하는 걸 원치 않고 동맹국들이 자기 스스로 지키길 원하고 있다.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면 북한의 전술핵공격에 대응할 수 있다. 미국도 자국민 수백만이 희생될 수 있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할 필요가 없다. 한국이 핵을 보유하는 게 한국뿐 아니라 미국을 위해서도 바람직하고 미국 내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한국의 핵자강을 수용해야 한다는 글들이 상당히 많은 전문지에 실리고 있다. 미국 내에서 여론이 바뀌고 있다. 우리의 핵자강론에 대한 반대 강도가 약해지고 있다.

-핵무기가 얼마나 필요한가.

△좁은 한반도에서 굳이 고위력 핵무기까진 만들 필요가 없다. 평양은 상당히 작다. 중요한 건 핵무기가 있느냐 없느냐다. 위력은 부차적인 것이다. 저위력 핵무기를 최소한 10개만 가지고 있어도 북한이 쉽게 핵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그 정도 저위력은 굳이 핵실험을 할 필요도 없고, 핵실험을 하지 않으면 국제사회가 제재할 명분도 없다. 이후 이스라엘처럼 `NCND`(핵무기의 존재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정책) 방향으로 갈 수 있다.

한국핵자강전략포럼 대표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이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세종연구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일본처럼 핵개발 잠재력만 보유해도 억지력이 있지 않나.

△잠재력을 가진 것과 핵무기를 가진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 사이에 공격을 받으면 어떡하나. 북한이 전술핵을 사용한다면 우리 측에 상당히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이미 한참 지난 다음에 우리가 핵무기로 보복을 하겠다고 하면 그땐 전면적인 핵전쟁이 일어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면 안 된다. ‘설마 북한이 핵을 쏠까’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북한을 상대하면 안 된다.

-북한의 7차 핵실험 시기를 예상한다면.

△우리 정부는 북한이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계속 얘기해왔다. 그러나 북한이 아무 때나 핵실험을 하는 건 아니다. 현실적으로 볼 땐 올해 안에 핵실험을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과거 핵실험 시기를 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 생일 혹은 노동당 창건 기념일 때나 바로 직전에 실험을 했었다. 북한은 핵능력을 대외·내외적으로 과시하면서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그런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을 해왔다. 이에 내년 1월 김정은 위원장 생일 직전에 할 가능성이 높지 않나 생각한다. 현재 김정은 위원장의 위상은 할아버지인 김일성과 같은 수준으로 높아져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을 거면 풍계리 갱도를 다시 복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 기술력으로 핵무장 성공까지 얼마나 걸릴까.

△최소한 1년 이상은 걸린다. 대략 2년 정도 잡는 게 현실적이다.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엔 상당히 많은 기술 결합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해도 실제로 부품을 만들어서 개발하는 건 순조롭지 않을 수 있다.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

-`핵자강 이후 핵군축 협상`이 합리적인가.

△그렇다. 미국과 북한은 군축 협상을 할 수가 없다. 북한만 군축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가 핵을 개발해서 균형을 맞춘 후에 상호 핵군축을 단계적으로 간다면 협상의 여지가 생긴다. 북한은 핵 경쟁에서 우리를 따라올 수 없다. 우리에겐 4000개가 넘는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이 있다. 결국 북한은 핵군축을 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는 정부에 조언을 하자면.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할 시, ‘한국은 NPT를 탈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단호히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얘기도 못 하면 북한은 우리를 계속 무시할 거다. 국제 사회도 북한의 핵 위협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한국에서 수십만명이 죽든 미국에서는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NPT를 탈퇴하고,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지 않으면 우리는 핵무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선언하는 결기를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그러면 중국은 우리가 핵무장을 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일본과 대만까지 핵무장을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고 어떻게 해서든지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끌고 오려고 노력을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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