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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스티븐 잡스는 위대하다. 그렇지만 한국의 젊은이들은 김우중이나 정주영처럼 한국에 뿌리를 박고 세계로 뻗어나간 기업인들에서 배울 것을 더 찾아야 한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단순히 실패한 재벌회장이 아닌 민족을 먼저 생각한 기업인으로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북스코프)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 전 회장을 애플의 CEO였던 잡스와 비교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잡스보다 김 전 회장에게서 더 많이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 교수는 4년 전 김 전 회장을 처음 만난 이래 150여시간 동안 나눈 대화를 토대로 책을 쓰게 됐다. 신 교수는 “처음 김 전 회장을 만났을 때 비즈니스맨인 그가 국가와 민족 공동체 이야기를 계속해 놀랐다”며 “김 전 회장은 무역과 금융을 축으로 사업을 펼치고 싶었으나 정부의 강한 요청으로 중화학산업에 끌려 들어갔고, 결국 국가발전을 위해 정부의 뜻을 따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신 교수는 김 전 회장과 잡스를 시종일관 비교해 눈길을 끌었다. “잡스나 김 전 회장은 주변 사람들이 가혹하게 느낄 만큼 완벽주의자로서 면모가 강했다”면서 “하지만 김 전 회장이 인격적인 품위라든가 공동체에 대한 생각에서 잡스에 훨씬 앞섰음에도 부실기업인으로 낙인이 찍힌 것이 다른 점”이라며 이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일명 ‘김우중 추징법’에 대해서는 “대우가 몰락할 때 김 전 회장이 23조원을 빼돌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법원에서조차 ‘횡령에 대한 증거는 없지만 징벌적인 차원에서 판결했다’고 말한 게 이를 증명한다”고 반박했다.
신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IMF의 처방 및 구조조정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한 학자로 유명하다. 경제지 신문기자로 출발해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1999년부터 싱가포르국립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