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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국경 위기를 대비하기 위한 긴급조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며 내달 10일부터 모든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해 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멕시코 정부가 자국을 통해 미국으로 흘러오는 불법 이민자 유입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 제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멕시코 정부가 강력한 시정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오는 7월 1일부터 10%, 8월 1일부터 15%, 9월 1일부터 20%, 10월 1일부터 25%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는 그동안 미국과의 거래에서 엄청난 돈을 벌었다”며 “우리는 이제 멕시코가 자국 영토를 불법 이민의 통로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즉각적이고 공평한 분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멕시코는 매우 강한 이민법을 갖고 있고 쉽게 불법 이민자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방식 등으로 불법 이민자 유입을 차단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멕시코로서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멕시코의 국내총생산(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 수준으로 국가 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특히 미국과의 교역이 절대적이다. 멕시코 전체 수출의 80%, 수입의 50%를 미국에 의존해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멕시코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교역국이다. 미국은 지난해 기준 3465억달러를 멕시코에서 수입했다. 중국에 이어 2번째로 큰 물량이다.
만약 미국이 멕시코산 수입품 전체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그 충격은 엄청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동차산업포털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멕시코에서 생산된 차량은 제너럴모터스(GM)가 21.4%로 가장 많았고 닛산이 19.5%, 피아트 크라이슬러(FCA)가 16.4%, 폭스바겐이 11.1%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관세 인상 카드는 역으로 미국 자동차 브랜드인 GM에 가장 큰 악영향을 주는 셈이다.
우리나라 기아는 11.1%, 포드는 7.2%, 도요타는 4.9%다.
자동차 부품 업계도 세계 100대 자동차 부품업체 중 90% 이상이 멕시코에서 공장을 가동 중이다. 우리나라는 현대모비스, 현대파워텍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에너지 시장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멕시코에서 하루 7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정기적으로 수입하고 있다. 멕시코는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미국의 3번째 원유 공급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소식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이미 지난 1분기 멕시코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2% 감소하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의 관세까지 추가되면 멕시코 경제는 더 침체될 수 있다.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을 대체할 새로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서둘러 체결하는 게 오히려 이민자의 유입을 줄이는 길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관세 부과로 일이 더 꼬였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은 나프타 개정을 압박하기 위해 지난해 6월 멕시코와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의 압박에 양국은 무관세를 적용받기 위한 원산지 기준 강화 등을 담은 새로운 무역협정에 합의했지만 미국이 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서 아직 발효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지난 17일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철폐하기로 하면서 USMCA 비준이 속도를 붙이려는 찰나였는데, 다시 대형 악재가 터진 셈이다.
이날 멕시코의 페소는 백악관 성명 이후 2% 가까이 급락했다. 자동차주 역시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30일(현지시간)뉴욕증권시장에서 0.086% 소폭 상승마감한 GM 주가는 장외시장에서 1.49% 떨어졌다. 일본 주식시장에서 도요타(-2.12%)·닛산(-3.76%)·혼다(-3.18%) 역시 주가가 대폭 내려가고 있다.
기아차(000270) 주가는 한때 5% 이상 하락했고, 현대차(005380)와 현대모비스(012330)도 주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