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밥줄 끊기는데”…아베 앙뚜아네트의 ‘우아한 일상’(영상)

외출자제 독려하는 호시노 겐 노래 맞춰
독서하고 차 마시고 여유로운 일상 올려
경제활동 셧다운에 실직·내정 취소 이어져
"증상 있는데도 검사 못받아"…비판 이어져
  • 등록 2020-04-13 오후 12:21:22

    수정 2020-04-13 오후 2:44:44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호시노 겐의 노래하는 영상을 이용해 자신의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에 올린 동영상 화면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이 나라의 총리는 귀족인가”

일본 스포츠신문 ‘닛칸스포츠’는 13일자 자사 신문 1면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올린 영상 사진을 싣고 이같이 일침했다.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8000명을 넘어서고 도쿄·오사카 등 일본 주요 도시에서는 감염 확산을 위한 비상사태가 선언됐다. 경제활동이 셧다운되면서 수입이 끊기거나 일자리를 잃어버린 이들이 적지 않고,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의료 현장과 싸우는 이들이 넘쳐난다.

그런 상황에서 닛칸스포츠는 아베 총리가 12일 밤 올린 영상을 “세상의 혼란을 뒷전으로 하고 우아하게 쉬는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이 영상은 일본의 인기가수 호시노 겐이 외출자제 독려하는 목적으로 올린 “집에서 춤추자”는 영상에 맞춰 아베 총리가 집에서 ‘반려견과 여유를 즐기거나, 차를 마시거나, 독서를 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영상과 함께 “친구하고도 만나지도 못하고, 술자리에도 갈 수 없다. 하지만 여러분의 행동으로 많은 생명이 확실하게 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혹독한 현장에서 분투하고 있는 의료종사자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모두가 모여 웃는 얼굴로 이야기를 나눌 시기가 온다. 그런 내일을 만들기 위해 오늘은 집에서…여러분의 협력을 부탁 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외출 자제를 요청하는 영상으로 보이나 일본 내 시선은 곱지 않다.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에 책임을 짊어진 총리로서 너무나도 안이한 모습이란 지적이다.

아베 총리의 트윗에 대한 리트윗 중에서는 “친구를 만날 수 없거나 술자리에 갈 수 있는 것이 괴로운 게 아니다. 증상이 계속되고 있는데 PCR검사도 받을 수 없는 것이 힘들다”며 “나라에 버림받은 기분이 든다”는 한탄도 있다.

도쿄 시부야 도미가야의 고급맨션에 거주하고 있는 아베 총리가 정작 일본 서민들이 겪고 있는 생활고를 보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행사 관련 일을 하는 48세 프리랜서 A씨는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의 영상을 보고 “얼어붙었다”고 했다. 그는 “일거리가 사라져 프리랜서 동료는 다음 달 집세를 어떻게 내야할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총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궁핍에 빠진 이들에게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라고 강조했다.

일본내에서는 경제활동이 멈추면서 실직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도쿄 택시회사는 600명 택시기사를 해고하면서 ‘자발적 퇴사’를 요구해 논란을 불렀다. 올해 4월 ‘라인’에 입사할 예정이었던 사립대 학생은 내정 취소 통보를 받고 “인생이 밑바닥에 떨어진 듯하다”고 괴로움을 호소했다.

일본정부는 수입이 줄어든 기업과 가계에 30만엔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지만 지급기준이 까다로워 혜택을 받는 것은 극소수에 그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앞서 일본 총무성은 10일 지원 대상 기준으로 △1인 가구 10만엔 이하 △부양가족 1명이면 15만엔 이하 △부양가족 2명이면 20만엔 이하 △부양가족 3명이면 25만엔 이하 등의 기준을 제시했다.

소득 기준이 지나치게 낮은데다 맞벌이 부부 등은 소득이 감소하고도 지원 대상에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프리랜서 등은 어떤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지 아직 구체적인 치침은 나오지 않았다.

영화 ‘고독한 늑대의 피’를 연출한 시라지이 카즈야 감독은 아베 총리의 트윗을 리트윗하며 “이렇게 무신경한 인간은 처음 본다. 이런 사람이 일본의 수상. 얼마나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고 호시노 씨가 어떤 마음으로 동영상을 만들었는지 (모른다)”며 “상상력이 없는 사람이은 정치를 할 수 없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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