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의 마켓워치]<10>코로나 시대, 스타벅스의 맞춤형 전략

스타벅스 신용등급 `BBB`로 강등…투기등급 2단계 위
`최대 시장` 중국·미국 경제봉쇄로 매장 매출에 직격탄
건물주들에 "1년내 임대료 낮춰달라" 서한 발송하기도
공격적 출점 늦추고 픽업·드라이브스루·배달 등 다변화
스타벅스 문화에 부정적, 매출에도 악영향 우려 여전
  • 등록 2020-06-16 오후 1:19:44

    수정 2020-06-16 오후 1:27:30

중국(위쪽)과 미국(아래쪽) 내 스타벅스 동일점포매출 및 매장 개점비율 추이 (스타벅스 SEC 공시자료)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사람들이 외식이나 오락, 의류 등 재량적 지출을 줄이고 있고 이런 추세는 내년까지도 계속 될 겁니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계속되면서 스타벅스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에도 막대한 영향이 초래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 국제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는 이같은 이유를 들이대며 스타벅스의 장기채권 신용등급(IDR)을 종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습니다. “올해 스타벅스의 매출이 작년보다 14%줄어들고 순이익도 60% 이상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등급전망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바꾸며 당분간 등급 상향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BBB`는 투기(정크)등급보다 고작 두 단계 위에 있는 등급입니다.

세계 최대 커피체인 브랜드인 스타벅스에게는 망신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이렇듯 코로나19는 스타벅스에게는 그 어떤 사건보다 큰 충격이 되고 있습니다. `BBB`라는 망신살 뻗친 신용등급을 받고도 스타벅스는 30억달러 어치 회사채를 찍었습니다. 단기적인 운영비용으로 일부 충당하고, 올해 만기 도래하는 12억5000만달러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서입니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가장 큰 두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차례로 점포를 폐쇄했던 스타벅스는 이제 중국에서 99%, 미국에서 91% 매장을 재가동하고 있지만, 이 기간 동안 받은 영업상 타격은 이렇듯 심각했습니다.

실제 스타벅스가 최근 발표한 5월 미국 내 동일점포 매출은 전년동월대비 43%나 줄었습니다. 그나마 앞선 4월에 기록한 63% 감소에 비해서는 나아진 게 이 정도입니다. 코로나19를 먼저 얻어 맞은 중국에서는 매장들이 거의 다 문을 열었던 지난 4월에도 동일점포매출이 32% 줄었고, 5월에도 21% 감소했습니다. 감소폭이 줄어들곤 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길이 아직도 멀어 보입니다. 중국은 특히 아시아에서 스타벅스 주요 제품값이 가장 비싼 국가 중 하나라 중국 매출 타격은 수익성에 더 큰 충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 측은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의 동일점포매출이 4분기 쯤은 돼야 플러스(+)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올 한 해 연간으로도 동일점포매출이 10~20% 감소할 것으로 점치고 있습니다. 앞선 2020회계연도 2분기(1~3월) 실적 발표 당시 회사 측은 “매출은 올 연말까지 매분기 줄어들 것”이라며 3분기(4~6월) 매출이 30억~32억달러 정도 줄어들면서 주당 0.64~0.79달러의 순손실로 적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사실 스타벅스는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유지하고 제품의 질(質)을 강력하게 통제하기 위해 직영체제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맥도날드나 버거킹, 던킨도너츠 등은 대부분 지점을 프랜차이즈로 전환하고 있지만 스타벅스는 유럽과 아시아지역 정도를 제외하고는 프랜차이즈 방식을 쓰지 않습니다. 그나마 미국에서는 41% 정도는 라이선스 스토어로 운영되는데요. 이는 메이시스나 타깃 등 유통업체에 입점한 매장 디자인과 원료 구매 등을 스타벅스 본사가 직접 통제하면서도 매장 직원 등은 해당 유통업체가 고용하도록 하는 절충방식입니다.

스타벅스가 커피 한잔을 팔 때 버는 이익과 비용


문제는 이런 방식 탓에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대하는 스타벅스의 전략은 자본집약적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외부 충격으로부터 본사가 직접 경영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죠. 실제 스타벅스는 3.50달러 카페라떼를 한 잔 판다고 할 때 그 중 42.8% 정도인 1.50달러를 매장 내 직원 인건비와 임대료, 의자와 탁자 등 비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결국 스타벅스는 이 비용을 낮춰 수익성 저하를 만회해 보려 하고 있습니다.

최근 스타벅스는 자신들의 매장이 입점해있는 주요 건물주들에게 서한을 한 장 보냈습니다. 이 편지는 “6월1일부터 적어도 12개월 동안은 임대조건과 기본 임대료를 변경할 필요가 있습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요청 형식으로 쓰여진 글이지만, 압박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앞서 4월말 컨퍼런스콜에서도 팻 그리스머 스타벅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영업환경 탓에 임대료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양보해줄 것을 건물주들에게 요구하고 현재 대화를 진행 중”이라고 했습니다. 실제 편지는 그 이후에 발송됐습니다.

아울러 스타벅스는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에 대응해 출점 및 매장 운영 계획을 전면적으로 바꾸려하고 있습니다. 우선 스타벅스는 기존 미국과 캐나다에 있던 직영매장 400곳을 향후 18개월에 걸쳐 점차적으로 폐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선제적으로 매장을 폐쇄하지 않고 새로운 형태의 매장 출시에 맞춰 하나씩 없애겠다는 방침입니다. 예년에 스타벅스는 북미지역에서 임대가 만료되거나 입지나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한 해 100곳 정도 직영매장을 폐쇄해 왔는데, 이번에 그 숫자를 늘린 겁니다.

대신 올 1~3월 중 스타벅스는 북미지역에서 대략 200곳의 신규매장을 열었습니다. 2020회계연도에 신규매장을 총 300곳 열 계획입니다. 그러나 당초 600개 매장을 열려던 것을 절반 수준으로 줄인 겁니다. 그나마 새로 여는 매장은 공간을 줄여서 인테리어 비용이나 임대료를 아끼고 종업원 수를 파격적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개설될 것으로 보입니다.

스타벅스가 운영하는 픽업매장


얼마 전 스타벅스는 새로운 픽업(Pickup) 매장 출시 계획을 앞당기겠다고 했습니다. `사이렌 오더(스타벅스 모바일 앱으로 주문과 결제를 한 뒤 매장에서 수령해가는 주문 방식)`로 주문하거나 종업원에게 주문한 뒤 음료 등을 받아가는 픽업 매장을 적극 늘리겠다는 겁니다. 이 매장들은 손님들이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좌석을 없애기로 했습니다. 이밖에도 가판대 부스 방식으로 된 워크업 카운터(walk-up counter)나 매장 내에 들어가지 않고 매장 앞에서 종업원에게 제품을 건네 받는 커브사이드 픽업,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등을 고루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스타벅스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소규모로 픽업매장 컨셉을 테스트해 왔습니다. 최근 7개월간 스타벅스는 맨해튼에 있는 펜플라자와 토론토 커머스코트에 있는 매장 두 곳을 픽업방식으로 운영하면서 픽업매장 형태는 어떻게 가져가고, 종업원수는 얼마나 유지해야 하고, 기존 매장에 비해 고객은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하는 테스트베드로 활용해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맨해튼 그랜드센트럴역 부근에 3번째 픽업매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고객들의 구매행태 변화까지 고려한 전략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제 코로나19 이전에도 미국 내 스타벅스 직영매장 거래액 중 80% 가까이가 사이렌오더 또는 매장 내 주문 후 테이크아웃하는 형태의 주문이었다는 게 회사 자체 통계입니다. 심지어는 최근 파트너십을 맺은 우버 이츠(Uber Eats)를 이용한 커피 배달 주문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이에 맞춰 스타벅스는 유동인구가 많으면서도 임대료와 인건비가 특히 더 비싼 대도시 매장에 이런 픽업매장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코로나19라는 돌발변수를 맞아 전통적인 커피숍사업이 어려움을 겪자 `커피 공룡` 스타벅스 마저도 이런 전략 수정을 속도를 내고 있는 겁니다. 경제활동 재개 이후에도 여전히 재택근무가 이뤄지는 회사가 많다보니 스타벅스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지나간 이후에도 `뉴 노멀(New Normal)`로 이같은 모바일 주문 후 픽업 방식이 더 널리 이용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당분간 뉴욕과 시카고,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 신규점포는 이런 픽업매장을 적극 활용 계획입니다.

스타벅스를 즐기는 여러 가지 방식들. 사이렌오더를 통한 픽업과 드라이브 스루, 우버 이츠를 통한 배달 주문.


특히 스타벅스는 좌석을 갖추고 있는 기존 매장과 픽업매장을 매칭시켜 서로 걸어갈 수 있는 거리 정도에 인접해서 배치할 계획입니다. 이러면 고객이 몰리는 매장 인파를 분산시켜 방역에도 도움이 되고 고객들이 더 짧은 시간 내에 주문과 픽업을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사이렌오더로 주문할 경우 고객과 매장 간 거리만을 고려해 주문을 접수하지 않고, 많은 양의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매장을 우선적으로 추천하는 방식도 함께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 경우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그러나 걱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케빈 존슨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스타벅스 매장들은 늘 고객들에게 한 잔의 커피로 우리의 가정과 직장 이외에서도 환대받을 수 있는 그런 제3의 장소로 받아들여져 왔다”며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하면서도 편안하고 친숙하고 편리한 경험을 계속 제공할 수 있도록 매장 변화 계획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매장 변화가 스타벅스 문화를 즐기는 고객들에게 `환대받을 수 있는 제3의 장소`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또한 스타벅스는 아직도 픽업보다는 매장내 주문을 통해 더 큰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다른 일행과 함께 매장 내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한 잔 이상의 커피를 주문하고, 홀로 있더라도 장시간 매장 내에 있으면서 식사대용으로 빵이나 케익을 주문하기도 합니다. 실제 스타벅스 자체 집계로도 테이크아웃보다 매장 내에 있는 고객이 20% 이상 매출을 더 일으키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습니다. 스타벅스의 변신이 얼마나 성공적일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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