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조국 임명 재가...8년 전 조국은 '다' 알고 있었다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전격 재가한 가운데, 현재 상황을 예견한 듯한 8년 전 조 후보자의 발언이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은 2011년 12월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지내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 책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를 펴냈다. 당시 출간 기념으로 열린 토크콘서트 ‘더(The) 위대한 검찰!’의 사회자로 서울대 교수였던 조 후보자가 등장했다.

조 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법무부 장관은 (검찰 개혁에 대한) 계획을 갖고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검찰 개혁을 시행하게 되면 검찰에선 법무부 장관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며 “소문을 흔들어 갖고 이 사람을 낙마시킬 수도 있는 그런 조직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은) 정권 초반에 하지 않으면 절대 안된다고 본다. 정권 후반이 되면 또 다음 정권에 줄 서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정권 초반에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분이 법무부로 들어가서 법무부 안에서 검찰을 개혁하고 나가겠다는 분들은 빨리 보내드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또 “(검찰이) 집단항명을 해서 사표를 제출하면 다 받으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2011년 12월, 당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책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출판 기념으로 열린 ‘The 위대한 검찰’ 토크콘서트. 문 대통령과 당시 사회를 맡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나란히 앉아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해당 토크 콘서트에서 검찰 개혁 임무를 수행하기 적합한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조 교수를 마음에 둔 속내도 내비쳤다.

당시 조 교수가 “사실은 어떤 분이 법무부 장관을 하는지가 검찰 개혁 핵심 중의 하나”라며 “누구를 임명하실 것인지?”라고 묻자, 문 이사장은 객석을 향해 “여러분 우리 조국 교수님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문 이사장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던졌지만, 그 자리에서 다수의 의견이 모인 ‘이상적인 법무부 장관’은 비검찰 출신으로 결단력 있는 인물이었다. 거기에 조 교수가 제격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이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팬인 조 교수는 손을 내저으며 “저는 롯데 자이언츠 구단주 말고는 욕심 있는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장면은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에 남아 있기도 하다.

이렇듯 두 사람은 앞으로 겪게 될 운명을 모른 채 나눈 얘기가 현실이 됐다.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청와대의 임명 발표 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이번 인사 강행은 과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른바 ‘논두렁 시계’ 사건 등 비극을 보며 다짐한 검찰 개혁을 완수하고자 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를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이 조 후보자라는 점은 8년 전 토크 콘서트에서부터 드러났다.

검찰 개혁의 ‘마지막 퍼즐’은 맞춰졌지만 검찰이 조 장관 임기 시작 전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하면서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된 것은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청와대에서 조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임명 배경을 설명하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내용의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