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대형 시중은행부터 우선 지문 인식 시스템 적용
금융당국이 김씨와 같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막기 위해 지문 인식을 거쳐야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돈을 인출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한다. 당국은 대형 시중은행에 우선 이 시스템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효과를 검증한 뒤 향후 다른 시중은행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한 대형 시중은행과 ATM기에 지문 인식 시스템을 장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당국 내부에서도 시중은행 전체에 이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에 대한 입장이 갈리자 일단 대형 시중은행에 우선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지문 인식 시스템, 금융사기 줄일 유일한 대안”
금융당국이 이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것은 사실상 이 방법 외엔 금융사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보이스피싱 금융사기는 매년 평균 5600건 가량 발생한다.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보이스피싱 건수는 4만4816건. 피해액만 4758억원에 이른다. 올 들어선 5월까지 총 2340건 발생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나 증가했다.
금융사기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은 사기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사례처럼 정부가 사기범이 금융정보를 가로채 인터넷뱅킹에 가입할 수 없도록 공인인증서 재발급 절차를 강화하고 300만원(누적)이 넘는 돈을 이체할 땐 추가인증을 거치도록 했지만 스미싱과 같은 신종 수법에 의해 모두 뚫렸다. 사기에 이용되는 대포통장을 없애는 게 금융 사기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이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돈을 받고 본인 통장을 넘기는 수요가 적지 않은 데다 대포통장 주인을 잡더라도 법적으로 처벌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당국은 금융정보가 털려도 마지막 관문인 최종 인출 단계만 지키면 금융사기를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ATM기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90% 이상이 100만원까지 현금을 인출하는 만큼 100만원 이상의 금액을 인출할 때만 비밀번호와 함께 지문 인식을 거치도록 제한적으로 활용하면 소비자 불편은 물론 인권침해 우려도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본에서도 손바닥 정맥으로 본인인증을 하는 ATM기가 8만여 개 있는데 효과가 상당하다”며 “인권침해 논란도 있지만 얼마든지 이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