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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무교동 한 편의점에서는 기자가 머무는 30분 동안 2명의 손님이 발길을 돌렸다. 원하는 담배를 구하지 못한 그들의 얼굴엔 실망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편의점을 10년가량 운영해 왔다는 최모 씨는 “지난 주말부터 인기 담배의 경우 더 빨리 팔린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여야는 담뱃값 2000원 인상안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 이제 한 달 뒤면 담배 1갑을 사기 위해 4500원 가량을 지급해야 한다. 80%라는 사상 최대 인상률을 앞두고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주말내내 담배를 확보하려는 소비자들로 분주했다.
실제로 담뱃값 인상안이 타결된 후 대형마트·편의점의 담배 매출이 일제히 늘었다. 지난 주말(11.28~30) 이마트의 담배 매출은 2주 전 같은 기간(11.14~16, 전주는 의무 휴업일)에 비해 60% 증가했다.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GS25의 담배 매출은 1주 전(11.21~23)과 비교할 때 25.2% 올랐으며 CU 역시 10.3% 증가했다.
담배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평일이 시작되는 이날 담배 수요가 더 몰리면서 극심한 담배 부족 사태를 낳고 있다. 던힐이나 메비우스, 말보로 등과 같은 외국산 인기 담배는 이미 동났다.
정부는 담배 사재기를 막기 위해 지난 9월 이후 담배공급을 월 평균(1~8월 기준) 담배 매입량의 104% 수준까지로 제한했다. KT&G(033780) 관계자는 “수요가 계속 늘고 있지만, 정부의 공급 제한 조치 때문에 우리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담배 재고가 떨어진 편의점은 인근 점포에서 남는 담배를 빌려서 파는 웃지 못할 풍경도 벌어진다. 최씨는 “우리같은 작은 업주들은 쟁여둘 필요 없이 빨리 파는 것이 이익”이라면서 “만일 담배가 모자라면 옆 가게나 편의점에서 몇 보루씩 받아 급한 대로 팔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담뱃값이 내년 1월부터 2000원이 인상됨에 따라 하루 1갑을 피우는 흡연자를 기준으로 연 73만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담뱃세 인상은 △개별소비세 594원 신설(개별소비세 개정안) △담배소비세 641원 → 1007원 인상 및 지방교육세 321원 → 443원 인상(지방세법 개정안) △국민건강증진부담금 354원 → 841원 인상(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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