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수는 22일 치료 중인 북한 병사 상태에 대한 2차 브리핑이 있기 전 자신의 처지를 비롯한 의료진의 상황을 전했다.
이날 이 교수는 “제가 사실은 이것보다 훨씬 더 큰 수술이나 큰 환자 치료를 많이 한다. 오늘 아침에도 여기에 헬기가, 이 기상에 출동하시는 것을 보신 분들이 있으실 거다. 저도 어제 야간 비행을 하고 들어왔다”며 “이렇게 국가적으로 주목 받는 일을 하다 보면 굉장히 큰 불협화음이 터지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사실은 최근 며칠 동안 벌어졌던 일련의 문제들 때문에 저희 병원장님께서 굉장히 격노하셨다. 제가 그저께도 병원장님실에 2시간 동안을 불려가 있었고 어제도 1시간 반… 제가 외상센터 지을 때 병원장님을 면담한 횟수보다 이 환자분 일주일 치료하는 동안에 병원장님께 호출을 받은 게 더 많다고 생각될 정도로 저희 기관 자체가 견디기가 힘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교수는 “외부에서 굉장히 나쁜 의견이 제기됐을 때 저희 기관같이 작은 신생 외과대학은 견딜 힘이 없다”며 “병원장님께서도 브리핑을 취소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한국에 외신기자까지 들어와 있는데 제가 그렇게 하면 굉장히 창피한 일 아니겠는가. 그래서 오늘 환자분에 대한 얘기를 원래 더 자세하게 드릴 수도 있는데 제가 말씀을 못 드리는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이런 상황까지 온 것에 대해 자괴감이 든다. 의사들이 환자분에 대해서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환자분을 치료하고 보는 것은 이벤트가 아니다”라고 밝힌 이 교수는 “이건 어떤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환자가 수술 딱 끝나는 그다음 날 눈을 뜨고 금방 걸어나와서 퇴원하고 이렇게 하는 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얘기지 실제로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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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된 상황이 “괴롭다”고 한 이 교수는 “여러분들은 그 환자분(귀순 병사)한테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저희들한테 그런 환자들이 150여 명이 있다”며 “이번에 한국으로 귀순한 북한 병사는 제가 느끼기에, 얘기를 많이 해 보니까 본인의 의사로 넘어온 것 같다. 그 사람이 죽음을 무릅쓰고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자기 몸에 4발 이상을 맞아가면서 거의 죽어가면서 여기까지 온 이유는 자기가 생각했던 한국의 긍정적인 모습을 기대하고 왔지, 중증외상환자가 갈 데가 없어서 수용을 못 하거나 환자분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서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려고 한국에 온 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김 의원의 발언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자신이 놓인 극한 상황을 허심탄회하게 밝히면서 비난의 화살은 김 의원에게 돌아갔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15일 1차 브리핑에서 기생충 감염과 영양 등 귀순 병사의 상태를 상세히 밝힌 이 교수를 ‘인격 테러’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 센터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개한 모든 정보는 합동참모본부와 상의해 결정했다”며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비난은 견디기 어렵다”고 반응했다.
김 의원은 또 다시 이 교수를 향해 “의료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혀 논란을 가열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