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에서 주식으로` 옮겨 붙은 신흥국 위기…"장기戰 대비"

16개월래 최저 추락한 신흥국 통화값…증시도 약세장
터키·아르헨 불안 `전염`…신흥국 전체 위기로 확산중
무역전쟁에 美긴축·유가상승 등 3대 악재까지 겹쳐
이머징 자금 유입 급격히 둔화…"저가매수 타이밍 아냐"
  • 등록 2018-09-06 오전 11:31:11

    수정 2018-09-06 오전 11:33:33

신흥국 통화가치는 지난해 5월 이후 16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추락했다. (그래픽=블룸버그뉴스)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터키와 아르헨티나가 촉발시킨 소위 `쌍둥이 외환위기(twin currency crises)`가 이머징마켓을 강타하고 있다. 신흥국에서의 매도공세(sell-off)로 인해 통화가치가 추락하고 주식시장은 약세장으로 떨어지는 등 신흥국 전반에 불안 양상이 고조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스탁익스체인지(FTSE)가 신흥국 800여개 대형주들을 대상으로 산정하는 이머징마켓지수가 이날 하루에만 1.7%나 하락하며 지난해 7월 이후 1년 2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머징마켓지수는 무려 6거래일 연속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는 지난 1월에 기록한 고점대비 20% 이상 하락한 것으로, 고점대비 조정폭으로는 약세장으로의 진입이라고 할 수 있다.

외환시장에서도 터키 리라화와 아르헨티나 페소화 하락에 이어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역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고 지난 2009년 이후 9년만에 처음으로 경기가 침체국면(recession)에 진입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란트화 가치가 역사상 저점을 다시 깼다. 이처럼 아르헨티나에서 촉발된 매도공세가 터키를 넘어 인도네시아, 남아공, 브라질 등으로 들불 처럼 번지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말하는 ‘위기의 전염(contagion)’이다.

진 프리다 핌코 스트래티지스트는 “과거에도 신흥국들에서는 여러 차례 비정상적인 형태의 쇼크가 반복되곤 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쇼크가 아니라 일반적인 매도공세로 인한 불안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시장 불안이 비정상적인 게 아니라 납득할 만한 원인에 따른 자연스러운 불안이라는 얘기다. 그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벌써부터 신흥국에서 발을 빼려고 한다”고 말했다.

물론 터키나 아르헨티나의 경우 자국내 문제점으로 인해 위기가 나타나는 경우지만 이들 두 나라에서의 위기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투자자들은 이머징마켓 전체에 대한 투자비중 축소로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도 터키 리라화와 아르헨티나 페소화 불안이 다소 잦아들면서 JP모건체이스의 신흥국 외환인덱스는 0.3% 정도 반등하곤 있지만 신흥국 증시는 여전히 불안한 양상이다.

드와이퍼 에반스 스테이트스트릿글로벌마켓 스트래티지스트는 “투자자들은 터키와 아르헨티나의 개별 이슈를 넘어 신흥국 전반의 위기 전염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취약한 신흥국들이 다음 타깃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0년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오는 와중에 신흥국들은 달러표시 외채를 3조7000억달러로 2배 이상 늘려놨다. 지속적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같은 신흥국 외채 부담이 고조되고 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무역전쟁 역시 신흥국들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상승하고 있는 국제유가도 원자재가 많은 신흥국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수출을 위주로 하는 신흥국들에게는 악재가 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유가 상승으로 신흥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최대 1.5%포인트 정도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다른 신흥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던 아시아 신흥국들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보고서에서 “최근 안정되고 있는 중국 위안화 가치가 아시아 통화와 증시를 지지해주고 있지만 아시아 외환시장에서도 위기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며 특히 무역전쟁이 고조될수록 아시아 수출 신흥국들은 고충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파블로 골드버그 블랙록 단기자금 매니저는 “현재 이머징마켓은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위기가 전염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단기적인 외환시장 움직임을 보면 신흥국 자산에 투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실제로도 지난 7월 137억달러에 이르렀던 이머징마켓으로의 자금 순유입이 8월에는 22억달러로 급감했다. 아나스타샤 아모로소 JP모건프라이빗뱅크 글로벌 스트래티지스트도 “이는 이머징마켓에 좋은 신호가 아니다”며 “무역전쟁이 지속되는 한, 그리고 연준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는 한 달러화 강세는 이어질 수 있고 신흥국들은 녹록지 않을 수 있다”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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