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 실무접촉 무산…北의 속내는 무엇

  • 등록 2014-03-06 오후 4:35:55

    수정 2014-03-06 오후 4:35:55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북한이 6일 이산가족상봉 정례화 등 이산가족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거부함에 따라 그 속내가 무엇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은 이날 북한적십자회 중앙위원장 명의로 보낸 통지문에서 “지금은 이산가족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가질 환경과 분위기가 조성돼 있지 못하다”며 “현 남북관계로 보아 이산가족상봉 정례화와 같은 중대한 인도적 문제들은 남북 적십자간 협의로 해결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지난달 20~25일 금강산에서 열린 제19차 이산가족상봉 이후 남북관계가 조정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양측이 대화 재개를 놓고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北, 적십자 아닌 고위급 접촉 원하는 듯

북한이 적십자 실무접촉을 거부한 가장 큰 이유는 이산가족 문제뿐만 아니라 금강산 관광 재개, 쌀·비료 대북 지원 등 남북관계 전반의 문제를 함께 다루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결정 권한이 적은 적십자 실무접촉이 아니라 고위급 접촉이 격에 맞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이산가족 문제 협의 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협의의 틀을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적십자 실무접촉이 사실상 무산되자 북한의 추가 반응을 지켜볼지, 고위급 접촉을 수정제의할지 고심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고위급 접촉을 수정제의할지)검토 중에 있다”며 “어떻게 대응할지 전반적으로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이산가족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게 식량·비료 지원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라며 “이를 등한시한 채 적십자 실무접촉을 열어 이산가족 문제만을 논의하자는 정부의 반응이 섭섭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北, 대화 재개 주도권 잡겠다는 의도

북한이 적십자 실무접촉을 거부한 또 다른 이유는 남북간 대화 재개에 있어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간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 마련을 촉구한 이후 중대제안(1월16일)과 공개서한(1월24일) 등에서 잇따라 대남 평화공세를 펼쳤다. 2월14일 열린 고위급 2차 접촉에서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기간에 상봉 행사를 개최하는데 합의하는 등 예년과 달리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며 남북관계에서 공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재영 경남대 정외과 교수는 “북한이 앞으로도 대남 평화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이산가족상봉 때처럼 관계개선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우리 정부가 고위급 접촉을 수정제의하기 전에 북한이 먼저 상봉 정례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을 포괄해 역제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북한은 지난 5일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살포를 문제삼는 국방위원회 명의의 통지문을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보냈는데, 북한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를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민간단체가 자율적으로 전단을 살포하는 것을 법적으로 문제삼기 어렵다”며 “정부가 민간단체에 자체를 요청하거나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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