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기도에 있는 한 파라바게뜨 제빵기사 채용협력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정규직병’에 걸려서 우리 사회 모든 파견직을 부조리로 낙인찍었다”며 “우리 회사 직원 초봉과 우리가 고용한 제빵사 초봉이 같다. 부족한 처우일 수 있지만 ‘나쁜 협력업체’라고 부르는 것은 과한 주홍글씨”라고 울분을 토했다.
협력사 “본사 업무 지시 일부 인정, 품질관리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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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는 협력업체가 애초부터 ‘껍데기’ 역할에 머물렀다고 지적한다. 협력업체는 가맹점으로 수수료만 수취하고, 업무지시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담당했다는 얘기다.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에게 사실상 직접 지휘·명령을 하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사용사업주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다.
다만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제빵기사의 채용공고부터 근태 관리 등은 협력업체가 전담해서 담당했다고 주장한다.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기사에게 지시한 내용은 주로 빵의 조제법 및 위생관련 사항으로 부당한 업무지시는 아니라는 것이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은 위생·품질관리를 위해 제빵기사에 대한 본사 차원의 교육이나 훈련을 허용한다.
경기도 한 협력업체 인사담당자는 “우리가 하는 일이 따로있고 본사가 하는 일이 있다. 그 중 본사가 법의 테두리를 넘겼는지는 우리가 다 확인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그렇다고 협력회사가 그 동안 일하는 ‘시늉’만 했다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잘못된 관행 시정하면 돼...직접고용 답 아니야”
앞서 노동부는 11개 협력업체들이 소속 제빵기사 전산자료를 조작해 연장·휴일근로수당을 주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총액은 110억원에 이른다. 협력업체가 고의적으로 제빵사에게 ‘저임금’을 줬다는 것이다.
협력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채용된 파리바게뜨 파견 제빵기사의 초임(복리후생비 포함)은 연간 약 2700만원 수준이다. 같은 연차의 파리바게뜨 본사 근무 제빵사 급여(약 3200만원)보다 다소 낮다. 다만 이들은 업계 평균이 2300만~2500만원이라며 파견 제빵사들의 처우는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에 따르면 파견직 제빵기사의 인거비는 파리바게뜨 가맹점과 SPC 계열 제빵 프렌차이즈 업체인 파리크라상이 6:4 비율로 부담한다. 인건비 명목으로 협력회사에 가맹점주가 60만원, 파리크라상이 40만원, 총 100만원을 주면 이 중 협력사가 교육비 및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50만원을 뗀다. 제빵기사에게 남은 50만원을 주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제빵기사가 가맹점주가 인건비명목으로 지출한 60만원보다 오히려 10만원 덜 받게 되는 셈이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발주하는 파견용역의 경우 통상 ‘급여+보험료공제비용’ 등을 합산한 금액의 12~15%를 수수료로 용역업체에 준다. 일반 사기업의 경우 편차가 크지만, 생산직 파견은 급여의 9~12%를 용역업체에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바게뜨 협력회사는 정확한 수수료율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이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일반 사기업보다 많은 부문을 수수료 및 관리비용으로 가져가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본사가 책정하는 이 ‘보조금’ 등의 산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리바게뜨 본사가 협력회사를 통해 인건비를 아끼고, 이 아낀 금액의 일부를 협력회사 경영진과 나누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부당한 유착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인데, 실제 11개 협력사에는 수 명의 파리바게뜨 전직 간부들이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협력업체 한 관계자는 “협력업체마다 (파리바게뜨) 출신 임원들이 있지만 이번 건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의심이 가면 정부가 나서서 조사한 뒤, 우리와도 직접 대화를 나눠야 한다. 이렇게 직접고용이라는 해법을 발표해버리면 애꿎은 협력회사 직원들만 실직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