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엿보기]폭스바겐그룹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 향방은

규제 5년 빠른 美시장 공략 과욕에 '무리수'
국내에선 조작 소프트웨어 미적용 가능성도
  • 등록 2015-10-07 오후 2:43:47

    수정 2015-10-07 오후 2:43:47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아우디,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 크고 작은 12개 자동차 브랜드를 거느린 독일 자동차 제국 폭스바겐그룹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가라앉을 줄 모르고 있다.

해당 엔진 장착 차량은 약 1800만대, 조작 소프트웨어 적용 차량은 유럽 800만대, 미국 48만여대 등 총 1100만대로 추산하고 있다. 벌금과 리콜 비용, 소비자 소송과 이미지 타격을 비롯한 직·간접적인 손해는 수십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폭스바겐그룹은 2013년 “2018년까지 세계 1위에 오르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3년 빠른 올해 목표를 눈앞에 뒀다. 폭스바겐그룹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일본 도요타, 미국 GM을 제친 1위였다. 그러나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

폭스바겐그룹은 왜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했을까. 또 세계 각국 정부의 조사 결과는 어떻게 나올 것인가. 국내 소비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과 배경, 전망을 분석해 봤다.

폭스바겐그룹은 무엇을 잘못했나

디젤차는 가솔린차보다 이산화탄소(CO2)나 일산화탄소(CO) 배출량이 적다. 연료 효율도 앞선다. 이 대신 자연 엔진 상태론 미세먼지(PM)이나 질소산화물(NOx) 등 다른 유해가스 배출은 많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는 디젤차 유해가스 배출량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는 또 이 규제를 벗어나려 각종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부착한다.

폭스바겐그룹은 이 과정에서 편법을 썼다. 문제가 된 중소형차용 디젤 엔진 EA189은 필요한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달았다. 그러나 인증시험 때만 작동하도록 전자제어장치(ECU) 내 소프트웨어를 임의 설정했다. 시험 주행 조건을 인식해 그때만 작동하고 평소엔 작동하지 않도록 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하나인 질소산화물 포집장치(NSC)의 작동 여부를 조작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NSC는 다른 배출가스 저감장치와 달리 EA189 엔진이 나온 2008년 당시 일정 주행을 넘거나 고열 상태를 지속했을 때 성능이 60%까지 저하되는 등 내구성이 떨어졌고, 이 때문에 폭스바겐이 조작 유혹에 빠졌다는 게 업계 전문가의 분석이다.

EA189 엔진엔 배출가스 저감장치인 디젤 분진 필터(DPF)와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도 적용돼 있으나 조작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유로6 기준에 맞춘 올해 출시 모델의 NSC 조작 가능성은 작다. 폭스바겐그룹은 올해부터 중소형 디젤차에 문제가 된 EA189 대신 유로6 기준에 맞춘 EA288 엔진을 적용하고 있다.

NSC가 계속 유로6에 맞추지 못할 정도로 불안정했다면 더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안정적인 SCR로 전환했어야 할 텐데 그대로 NSC를 적용한 건 기존 열내구성을 보완했다는 반증이란 게 전문가의 견해다. 비슷한 방식의 NSC를 적용한 현대·기아차도 유로6에 맞춘 모델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유럽연합(EU)은 2017년부터 실주행 상황에서의 배출가스를 측정해 규제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시험에 맞춘 편법은 사실상 어렵게 된다. 미 정부의 조작 의혹을 순순히 인정한 폭스바겐그룹도 새 엔진의 조작 가능성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규제 5년 빠른 美 무리한 공략이 ‘화근’

폭스바겐그룹은 왜 조작 유혹에 빠지게 됐을까. 미국 시장 확대를 위한 무리수였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고연비 디젤차가 주력인 폭스바겐그룹에 가솔린차 중심의 미국은 까다로운 시장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주유비가 싼 만큼 굳이 더 비싼 디젤 승용차 수요가 없다. 2010년 기준으로 디젤 승용차 비중은 1%대 수준이다.

더욱이 미국은 디젤차 비중이 낮은 만큼 디젤차의 배출가스 규제를 유럽보다 가혹하게 책정했다. 유럽보다 정확히 5년 빨랐다.

2009년 유럽이 도입한 유로5의 디젤차 배출가스 기준은 PM 5㎎/㎞, NOx 180㎎/㎞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그 기준(티어2 에미션 스탠다드)을 유럽이 2014년에야 도입한 유로6 수준(PM 5㎎/㎞, NOx 80㎎/㎞)까지 낮췄다.

폭스바겐은 2008년 유로5 기준에 맞춘 EA189 엔진을 개발했다. 당장 미국 진출을 위해선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 이 당시 중소형 디젤차로 미국 판매에 나선 회사는 폭스바겐그룹뿐이다.

업계 일각에서 이번 사태가 미국의 음모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참고로 유럽과 미국의 환경 규제는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디젤차가 주력인 유럽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가 강하고 미국은 디젤차가 내뿜는 매연 규제가 강한 편이다. 국내에선 대체로 유럽 기준을 따른다.

폭스바겐 EA288 엔진의 NSC. 이전의 NSC는 배기라인에 별도 장착돼 있는 반면 새 NSC는 엔진 내에 모듈화 돼 있다.
폭스바겐 EA189 엔진의 NSC 구조도.
車업계, 각국 환경 규제 맞추려 ‘진땀’

넓게 보면 폭스바겐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부의 환경 규제는 모든 자동차 업계에 버거운 과제다. 유럽 기준으로 2004년 유로4, 2009년 유로5, 2014년 유로6 등 5년마다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을 통해 사실상 규제한다.

자동차 회사는 새 규제가 생길 때마다 최소 비용으로 규제를 통과하기 위해 골머리를 썩인다. 현대·기아차는 2006~2011년 생산한 디젤차 87만대에 대해 에어컨 작동 땐 EGR을 작동하지 않도록 프로그래밍해 무상수리에 나선 바 있다.

이것만으로 불법은 아니지만 시험 땐 에어컨을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이용한 일종의 편법이었다. 환경부 조사 결과 에어컨을 작동했을 땐 NOx 배출량이 당시 기준치를 3~18배 배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실주행 때의 NOx 배출은 어느 곳도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폭스바겐 조작 사태 이후 각국 대학과 정부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많은 자동차가 실주행 때 NOx 배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다.

이달 초 영국 리즈대 교통연구소는 유로6 기준 디젤차 300대를 조사한 결과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미국 포드, 일본 마쓰다 4개사 차량이 기준치보다 5~7배 높은 NOx를 배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선 독일 자동차협회(ADAC) 조사 결과 발표 때도 르노·닛산과 현대차 디젤차가 유로6 기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전직 자동차 회사 엔지니어는 “솔직히 각국 정부 규제를 최소 비용으로 가까스로 맞춰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는 것은 모든 회사 연구소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포함 타지역 조작 없었을 수도

지역에 따라 문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NOx 배출 기준이 엄격했던 미국과 달리 NCS가 아예 적용되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NSC가 없다면 이를 조절할 소프트웨어 조작도 필요 없다.

폭스바겐 EA189 엔진의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임의 설정한 것으로 알려진 소프트웨어 회로판. 환경부 제공
국내도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판매 모델 중 NSC를 적용한 모델도 유로6를 만족한 EA288 엔진을 단 5643대가 전부다. 앞서 언급한 대로 새 엔진의 NSC는 조작 가능성이 작다.

아직 국내를 비롯한 각국 정부가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폭스바겐그룹을 비롯한 누구도 ‘문제가 없다’고 단언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가에 따라 조작이 없다면 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폭스바겐그룹으로선 최악을 피할 수 있다.

중국,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은 정부 규제가 애초에 유로4 이하로 낮거나 규정 자체가 없다. 조작된 NSC 적용 모델로 문제를 한정하면 각국 정부의 벌금이나 소비자 보상에 따른 직접적인 비용 손실은 업계 추정치보다 낮아질 수 있다.

이미지 큰 타격.. 디젤차는 건재할 듯

폭스바겐그룹이 입을 손실은 이미 눈덩이처럼 불었다. 무엇보다 신뢰에 치명상을 입었다. 지역과 규모를 떠나 폭스바겐그룹이 조작을 했다는 자체만으로 ‘정직한 독일차’란 이미지를 한순간에 잃게 됐다.

디젤차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며 ‘고연비 클린 디젤’을 앞세운 홍보 활동도 당분간 어렵다. 공격적으로 판매를 확대해 온 미국이나 한국 등 각국 시장에서의 활동도 위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디젤차 위기와 그에 따른 전기차 부상론’에 대해선 적잖은 전문가가 의문도 제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유럽과 국내에 적용된 유로6 기준으론 디젤과 가솔린차의 배출가스 기준이 거의 같아진데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선 오히려 디젤이 앞선다”며 “디젤차를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PM 배출 기준은 2009년 유로5 때부터 5㎎/㎞로 디젤과 가솔린차가 같아졌고 NOx도 디젤(80㎎/㎞)이 가솔린(60㎎/㎞)에 상당 부분 근접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PM2.5 이하 초미세먼지등 디젤차의 환경 문제가 꾸준히 나올 순 있다”면서도 “이는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고 기준도 없어 미래의 얘기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가솔린 기반 하이브리드차(HEV)와 전기차(EV)도 비싼 배터리 가격과 효율 문제로 당장 기존 디젤 엔진과 동일 선상에서 직접 경쟁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블로그 잼스(JJam’s) 운영자 김재민씨는 “소비자가 디젤차를 찾는 건 애초에 친환경성이 아니라 가격대비 높은 연비와 토크감 때문”이라며 “EV가 미래 운송수단이 될 순 있지만 배터리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지 않는 한 디젤차 수요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리콜? 소송? 국내 소비자 대응법은

12만명에 달하는 해당 모델 보유 소비자는 어떻게 될까.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7일 EA189 엔진을 탑재한 모델을 보유한 고객 12만여명에게 리콜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관건은 국내 판매 모델의 소프트웨어 조작 여부다.

앞서 언급했듯 국내에선 소프트웨어 조작이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 차원의 무상수리나 리콜 명령이 이뤄지는 게 무색해진다. 무상수리나 리콜을 하더라도 희망자에 한해 NSC를 추가 장착하는 등 업그레이드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 소송도 이기기 어려워질 뿐 아니라 이기더라도 액수가 인지대에조차 못 미칠 수 있다.

물론 환경부 조사는 11월 중순까지 진행되고 분석 결과는 그 이후에나 나온다. 현재로선 그 누구도 결과를 단언키 어렵다.

반대로 환경부가 EA189 엔진 내 조작한 NSC 소프트웨어를 발견하거나 EGR나 유로6 모델의 NSC에 대한 새로운 조작 여부를 밝혀낸다면 소비자의 승소 가능성은 커진다.

법무법인 바른은 6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총 40명을 대리해 매매계약 취소 및 매매대금 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바른 측은 참가자를 늘리기 위해 착수금 대신 10만~20만원 선의 인지대만 고객이 부담토록 하고 있다.

조사 결과를 떠나 리콜은 유명무실할 전망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리콜을 발표하더라도 정작 소비자 대부분은 이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새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장착하면 장치에 따라 실제 출력이나 연비가 낮아질 수 있다. 정부가 소비자에 이를 강제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문제의 EA189 엔진(2.0 TDI)을 장착한 아우디 A6 2.0 TDI. 아우디코리아 제공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에 장착된 문제의 EA189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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