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견 경태' 후원금 가로챈 택배기사…항소심서 징역 1년 6월

서울동부지법, 14일 사기 등 혐의 항소심 선고
택배기사 징역 2년→1년 6월, 여자친구 7년→3년으로 감형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 동물단체 등 기부도"
  • 등록 2023-09-14 오후 3:32:20

    수정 2023-09-14 오후 3:32:20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택배견 경태’를 통해 얻은 유명세를 바탕으로 6억원 가량의 후원금을 가로채고 잠적했던 전 택배기사가 14일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월형을 선고받았다. 택배기사와 함께 범행을 저지른 여자친구 A씨에게는 징역 3년형이 선고됐다.

(사진=‘경태아부지’ SNS 캡처)
이날 서울동부지법 1-3형사항소부(재판장 소병석)는 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 택배기사 김모(34)씨에 대해 징역 1년 6월형을 선고했다. 김씨와 같은 혐의를 받는 여자친구 A(38)씨는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1심 당시 형량인 징역 2년형, 7년형보다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이 참작돼 배상신청명령도 취소됐다.

재판부는 범행을 주도하지 않았다는 김씨의 주장 일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은 A씨였지만, 인스타그램 계정은 김씨 명의로 개설됐고 입금 계좌 역시 김씨의 명의였다”며 “입금 시 알람을 받고, 인스타그램의 메시지함 등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A씨 홀로 범행을 주도하고 실행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다만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가 이뤄졌다는 사실 등을 참작했다. 재판부는 “반려견을 아끼는 선한 마음을 이용, 반복적으로 금원을 편취한 점은 죄질이 불량하다”면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진 않았고,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가 이뤄졌으며 피해 금원을 공탁한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일 김씨에 대해 1심 당시의 구형량인 징역 5년형을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씨는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고 쌍방 항소가 이뤄진 바 있다. 김씨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여자친구인 A씨가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범죄를 주도했다며 항변한 바 있다.

이날 재판에는 출산 후 갓난아기를 안은 채로 A씨가 출석했다. A씨는 1심 당시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판단돼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임신 중절 수술을 받겠다는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한 상태로 한 차례 도피한 전력도 있다.

다만 재판부는 이날 A씨 역시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가 이뤄졌고, 동물보호단체에 4000만원을 기부한 점 등을 고려해 1심보다 가벼운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는 피해금액의 상당 부분을 변제함에 따라 일부 피해자들이 처벌불원서를 제출했고, 이외에도 동물보호단체에 기부 등을 했다”며 “여기에 돌봐야 할 어린 자녀가 있는 사정 등을 종합했다”며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김씨와 A씨는 2020년 유기견이었던 ‘경태’를 택배 차량에 태우고 다니면서 ‘경태아부지’라는 이름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이후 유기견 ‘태희’를 추가로 입양했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강아지가 아픈데 치료비가 없다’, ‘택배 차량이 고장나서 일을 할 수 없다’며 1만여명이 넘는 팔로워부터 6억 1000만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모집했다. 이후 이들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닫고 잠적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후원금을 돌려주지 않고 인터넷 도박, 생활비 등으로 탕진했다. 후원금을 받고 잠적한 이들은 경찰의 조사 요구에 불응하고 6개월간 도피 생활을 하다가 대구 모처에서 검거됐다. ‘경태’는 대구의 A씨 가족에게 인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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