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정보통신의날, KT는 어찌할까

재난 시기 더 중요해진 유선 인프라의 재발견
넷플릭스 제휴 두고 KT 미디어 vs 네트워크 부문 갈등
구현모 대표의 현명한 판단에 기대
  • 등록 2020-04-22 오후 1:34:48

    수정 2020-04-22 오후 1:34:48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4월 22일은 정보통신의 날입니다. 조선 시대 고종이 국내 최초의 통신업무 관청인 우정총국 개설을 명령한 날(1884년 4월 22일)을 기념해 ‘체신의날’로 불렸다가 1996년 정보통신부 시절 ‘정보통신의날’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후 정부부처가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바뀌면서 과학의날(4월 21일)과 합쳐 기념식을 열지만, 정확히는 바로 오늘(4월 22일)이 ‘정보통신의 날’입니다.

출처: 크레존


파발이나 봉화, 우편으로 시작했던 소식 전하기가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통화하거나 이메일·SNS를 주고받는 것으로 바뀐 지 오래고, 영화보거나 쇼핑하거나 은행 업무를 보는 일도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위에서 해결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실감미디어(AR·VR)까지 가능한 5G가 상용화됐고,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 두기에 맞춰 온라인 개학까지 이뤄지고 있습니다. 어제 열린 ‘과학·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서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와 인공지능(AI), 데이터 기반의 4차 산업혁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 공로로 혁신장(2등급)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재난 시기 더 중요해진 유선 인프라의 재발견

그런데 저는 KT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KT의 전신은 한국전기통신공사(한국통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체신부이지요. 2002년 민영화되기 이전에는 정부기관이었습니다. 게다가 국내 최대 유선 통신망 사업자입니다. 모바일 시대에 유선이 뭐가 중요하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바일로 전송되는 정보라도 기반은 유선이기 때문입니다.

KT는 전국 광선로 84만 7,497km, 동선로 32만 7,262km, 총 1.4만km길이, 세계 최대 전송 용량(80Tbps)의 해저케이블 NCP(New Cross Pacific)등을 운영하는 유선 네트워크를 갖고 있죠.

해저케이블을 구성하는 광섬유는 머리카락보다 가는 1/8mm에 불과하나 한가닥으로 4032명이 동시에 통신할 수 있고 1초에 2억 9600만개의 정보를 전송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죠.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99%가 해저케이블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KT제공


코로나19 여파로 인터넷 트래픽(통화량)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별 문제가 없는 것도 KT의 빵빵한 유선 인프라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넷플릭스는 유럽 지역에서 비트 레이트를 낮추는 방식으로 전체 트래픽의 25%를 줄였고, 유튜브는 3월 24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영상 해상도를 480P로 낮췄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1월 대비 3월 인터넷 트래픽이 약 13%가량 증가했지만, 별 무리 없이 소통하고 있습니다. KT를 포함한 통신사업자들이 보유한 전체 트래픽 용량의 45~6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이 부분만큼은 망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은 국내 통신사들이 잘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제휴 두고 KT 미디어 vs 네트워크 부문 갈등

그런데 정보통신의날,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한민국 통신망 인프라를 자랑스러워만 하기에는 걱정이 있습니다.

국내 최대 인프라 사업자인 KT가 글로벌 인터넷스트리밍(OTT)업체 넷플릭스에 돈 한 푼 안 받고 통신망을 내어줄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KT에 따르면 IPTV와 모바일 OTT ‘시즌’을 서비스하는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는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LG유플러스처럼 넷플릭스와 제휴하자는 의견을, 우리나라의 유선 네트워크를 책임지는 네트워크부문은 공짜로 망을 쓰게 해선 안 된다며 합리적인 수준의 돈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으로 부딪히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IPTV의 후발주자인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콘텐츠 제휴를 하면서 공짜망 사용을 양해한 이후 KT나 SK브로드밴드는 ‘속앓이’해왔던 게 사실입니다. 굴욕 협상이라는 일부의 비판에도 넷플릭스와 독점 제휴한 유플러스의 미디어 상품이 잘 팔린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KT가 넷플릭스에 무릎을 꿇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KT는 국민기업이자, 대한민국 네트워크(통신망) 대표사업자이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는 그간 각국의 2,3위 통신사업자와 먼저 협상하고 그 뒤 다른 통신사를 끌어들이는 전략을 취해왔는데, KT가 넘어간다면 사실상 한국의 첨단 인프라는 글로벌 CP들이 트래픽 증가에도 망 사용료는 내지 않는 무주공산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논리라면 네이버·카카오·왓챠·아프리카TV등도 공짜망 사용(국내 회선)이 가능하게 해야 공평합니다.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가 매년 발간하는 ‘Annual Internet Report(2017~2022)’에 따르면, 2022년 인터넷 사용자가 전 세계 인구의 60%인 48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들이 일으키는 월 평균 트래픽은 396엑사바이트(EB)에 달할 것이라고 합니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동영상 콘텐츠 관련 트래픽이 전체 트래픽의 8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죠.

당장 미디어부문 가입자 유치를 위해 KT가 물러선다면 5G 시대가 되든, 6G·7G 시대가 되든 세계적으로 자랑할만한 대한민국의 통신망은 글로벌 CP들의 무임승차로 네트워크 고도화를 위한 여력을 잃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이리되면 유럽처럼 재난시기에 정부 당국이 나서 미디어 화질을 낮추라고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구현모 KT 대표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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