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 "동화면세점 포기하겠다"

풋옵션 대금 갚지 못해 50.1% 지분과 경영권 넘기겠다는 입장
지급 만기일 전날인 12월 18일 호텔신라에 '내용증명' 전달
호텔신라, 최초금액·이자·가산액 등 788억원 돌려달라는 상황
최근 시내면세점 2배 늘며 과열경쟁, 소규모 사업장 어려움
  • 등록 2017-01-31 오후 1:15:28

    수정 2017-01-31 오후 1:18:55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동화면세점 최대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032350) 회장이 면세사업에서 손을 떼고 3대 주주인 호텔신라(008770)에 경영권을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회장은 최근 2년간 서울 지역의 면세사업장이 2배가량 늘어나면서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사업철수를 결정했다. 하지만 호텔신라는 경영권을 인수할 의향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제3자 매각을 포함해 동화면세점의 경영권 향배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김 회장의 최측근은 31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호텔신라가 2016년 6월 4일 보유 중인 동화면세점 지분 19.9%(35만 8200주)에 대해 풋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한 뒤 내부적으로 수개월 검토한 결과 김 회장 일가는 이 돈을 갚을 수 없다고 판단해 경영권을 포기하고 일선에서 모두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대금지급 만기일 전날인 12월 18일 호텔신라에 ‘내용증명’을 통해 전달했다”며 “돈을 갚기 위해(재무적 투자자를 잡기 위해) 백방으로 애를 썼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계약서에 따라 담보로 잡은 위약벌 30.2%(54만 3600주) 등 총 지분 50.1%와 경영권을 넘기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13년 5월 자신이 보유한 동화면세점 지분 61.56% 가운데 19.9%를 호텔신라에 넘기고 매각대금 600억원을 받았다. 김 회장은 당시 롯데관광개발에 600억원 전액을 증자로 투입해 금융권 차입금을 상환한 후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계약서 상에는 계약일로부터 3년 후인 2016년 5월 김 회장이 최초금액 600억원과 연 복리 5%를 적용한 이자 115억원 등 총 715억원을 갚지 못하면 호텔신라가 아무런 조건 없이 김 회장 지분 30.2%를 추가로 취득하고 경영권을 넘겨받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동화면세점은 상환 만기일인 12월 19일까지 호텔신라에 715억원을 되돌려주지 못했고, 이에 따라 10% 가산율이 적용돼 총 788억원의 처분금액을 1차 연장일인 2월 23일까지 갚기로 했다. 양사가 데드라인으로 잡은 날짜는 7월 23일이다.

문제는 매도청구권 행사 금액이 아니라 김 회장이 동화면세점을 경영하겠다는 의사를 접었다는 점이다. 현재 동화면세점 지분은 김 회장이 41.66%, 김 회장의 부인인 신정희 공동대표가 21.58%, 김 회장의 아들인 김한성 공동대표가 7.92%를 보유한 사실상 가족기업이다. 김 회장은 롯데관광개발 지분 43.55%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하면 지분율이 82.86%에 달한다. 갚을 돈이 없는 게 아니라 갚을 의사가 없다는 의미다.

양사의 사정을 잘 아는 면세업계 고위 관계자는 “호텔신라에서도 김 회장의 보유지분만 5000억~6000억원이 되는데 왜 갚지 않느냐 하면서 곤란하다는 입장”이라며 “김 회장은 어떻게든 동화면세점을 살려보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는데 현 상황에서는 도저히 사업을 되살릴 자신이 없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15년 6곳이던 서울 지역의 시내면세점은 2016년 9곳으로 증가했고 올해에는 4곳이 더 늘어나 총 13곳이 영업을 하게 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면세시장 규모(12조 2757억원)는 2015년(9조 1984억원)보다 33.5% 커졌고 롯데면세점·호텔신라 양강체제는 더 강화됐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은 본점 한 곳에서만 매출 3조 1606억원을 올리는 등 총 5조 9728억원을 기록했다. 호텔신라는 3조 4053억원(HDC신라 매출 포함)의 매출을 올렸다.

반면 동화면세점은 지난해 3547억원 매출로 전년보다 359억원(1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동화면세점 관계자는 “경영상황이 사실 많이 힘들다. 시내면세점 국내 1호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됐다”며 “앞으로 더 시장상황은 불투명할 수밖에 없어 버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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