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계열사인 SPL 평택 제빵공장서 소스 배합기에 끼여 숨진 20대 여성 노동자의 어머니가 20일 충남 천안의 한 납골당에서 진행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생전 딸과 나눈 채팅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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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이 공개한 대화 속 고인은 “저 8일 야간에 출근해야 한다는데요ㅠㅠ”라며 야간 소식을 알렸다. 이에 어머니는 “갑자기ㅜㅜ?”라며 “내일 퇴근하고 엄마랑 토킹(이야기) 좀 하자. 고생해 딸”이라며 애써 고인을 격려했다.
고인은 야간 근무 때도 ‘항상 행복하세요’ ’사랑해요’라는 이모티콘을 보내며 어머니에게 “안녕히 주무시라”고 인사를 빼먹지 않는 상냥한 딸이었다. 그 이후 대화는 이뤄지지 못했다. 고인이 지난 15일 새벽 6시 15분께 ‘12시간 맞교대’ 야간작업을 하다 기계에 끼여 숨졌기 때문이다. 야간작업 10시간째였다.
어머니 A씨는 “왜 그 기계에는 안전장치가 없던 건지, 왜 2인 1조라는 매뉴얼은 안 지켰던건지 누구도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어요”라며 “기계에 안전장치 그거 하나 다는 게 힘든 건가요? 노동자를 기계로 보는 게 아닌 이상 어떻게 그런 기계에서 일을 하라고 했을까요”라고 물었다.
이어 “사고 잦은 곳을 누가 보내고 싶겠어요. 딸은 집에서 걱정할까봐 말을 안 한 것 같은데…”라며 “이런 걸 진작 알았더라면. 회사 간다고 했을 때 어떤 회사인지 좀 더 알아볼 걸”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A씨는 SPC에 “일하는 노동자를 위해 최소한의 근무환경을 만들어 달라”며 “노동자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환경에서 만들어진 건 사지 말아아죠. 우리 딸이 정말로 마지막이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당부했다.
생전 고인은 고등학교에서도 베이커리과를 전공할 만큼 빵 만드는 일을 좋아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장 비정규직으로 파리바게뜨 매장 제빵사로 취직했지만, 과도한 업무 탓에 7개월 만에 그만뒀다. 그럼에도 고인은 빵을 만들고 싶어 파리바게뜨에 빵 반죽 등을 납품하는 SPL 공장에 입사했다. 고인의 생전 꿈은 자신의 매장을 여는 것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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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회장은 “특히, 사고 다음날, 사고 장소 인근에서 작업이 진행된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며, 평소 직원들에게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SPC는 안전관리를 강화를 위해 향후 3년간 총 1000억 원을 투자해 그룹 전 사업장에 대해 한국안전기술협회·대한산업안전협회 등 고용노동부로부터 지정 받은 외부 안전진단 전문기관을 통해 ‘산업안전보건진단’을 즉각 실시 하겠다며 재발방지책을 내놨다.
그러면서 △안전시설 확충 및 설비 자동화에 700억 원 △직원들의 작업환경 개선 및 안전문화 형성에 200억 원을 투입하고 사고가 난 SPL은 영업이익 50%인 100억 원을 산업안전 개선에 투입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