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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 동안 페르노리카가 이 공장에서 생산한 위스키 수량은 ‘0’. 회사측은 공장이라기보다는 주류 유통을 위한 물류센터라고 부른다. 외국에서 병입된 위스키를 수입해 들여와 RFID(무선주파수인식기술)태그와 제품 정보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을 한 뒤 유통하는 역할만 했기 때문이다.
윈저를 판매하는 디아지오코리아는 이천 공장에서 정규직과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해 약 140명이 근무하며 연간 150~200만 상자를 생산한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일본이나 필리핀에 수출되는 스미노프 RTD(Ready To Drink) 브랜드다. 이곳에서 병입되는 윈저의 수량은 군납이 목적인 연간 1만상자 수준에 불과하다. 이밖에 국내에서 유통되는 윈저는 모두 스코틀랜드에서 병입돼 들여온다.
골든블루도 부산에 있는 생산공장을 운영하지만 생산되는 제품은 천년약속이라는 상황버섯 발효주가 대부분이다. 공장 직원은 총 20명 남짓이다. 위스키 중에는 일부 군납과 도자기 병에 담겨 깨질 염려가 있는 골든블루 22년만 생산한다. 다만 전체 생산량 중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5% 내외다.
국내서 생산되는 위스키와 해외에서 병입된 제품을 수입해 들여오는 위스키는 같은 위스키지만 세금 부과에는 차이가 있다. 주세율은 72%로 동일하지만 세금 부과 범위가 다르다. 해외에서 원액을 들여와 국내에서 병에 넣는 국내 생산 위스키는 생산가격에 판매관리비, 영업비, 제조사 마진 등 각종 비용이 더해진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된다. 반면 해외에서 병입까지 완료된 수입 위스키는 수입 신고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고 있다.
원가는 같더라도 여러 항목이 더해진 후 부과되는 국내 생산 위스키의 세금이 수입 위스키보다 약 10%가량은 높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위스키 업계에서는 이같은 정부의 주세부과 체계가 위스키의 국내 생산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생산 공장이 있어도 가동률이 낮고 아예 공장을 운영하지 않는다면, 국내 생산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위스키보다 국내산 위스키의 세금이 더 큰 만큼 굳이 세금을 더 내면서까지 국내에서 생산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병입제품을 수입해 유통만 하는 업체와 국내에서 생산하는 업체 간에 세제상 지원 등에서 차이를 둬야 국내 생산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했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국내 생산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세체계를 바꾸거나 세제상 지원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선 현재 가격에 세금을 부과하는 종가세가 아닌 알코올 도수에 비례해 계산하는 종량세를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서민의 술인 소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또 고급주류와 대중 주류를 분리하거나 국산 주류의 제조업체와 판매 업체를 분리해 과세 표준을 정하자는 방법도 있다.
정부는 현행 주류 과세 체계를 수정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내산 술이 수입 술에 비해 과세 표준이 불리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 따져보면 큰 차이가 없다”며 “수입산 술도 해외 제조자의 판관비와 이윤, 운임 보험료 등이 포함된 금액에 세금이 부과될 뿐 아니라 환율변동에 따라 오히려 수입산 술의 세금이 더 높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