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십억 정부 과제 따도 그만두고, 세계 대회 빛낸 성과물도 고철로

KAIST 연구원·연구교수 등 이탈 행렬..부동산 찾아다니기도
성숙도 높은 기술 개발 핵심 인력..세계적 대학과 역행
  • 등록 2022-08-23 오후 5:08:42

    수정 2022-08-23 오후 10:27:48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KAIST연구원의 한 연구소에서 근무하며 수십억 원 규모의 정부 과제를 딴 연구교수 A씨는 최근 KAIST에 사표를 냈다. A씨는 현실적으로 2년 이상 재계약을 할 수 없는 비정규직 신분인데다 제때 임금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견디지 못했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과 학내 노무 규정상 과제 간 이동이 제한되고, 정부 과제 수주 후 정부 지원금이 입금된 이후에야 재고용 계약이 이뤄지고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자율주행차로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CES 2022)에서 성과를 낸 다른 연구소의 학생과 연구원들은 부동산을 찾아다니고 있다. 학교에서 이달 말까지 새로운 공간 확보와 새로운 사업 유치 등을 이유로 연구실을 비워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당장 이달 말까지 이사 가야 하기 때문에 연구성과물들을 고철 값으로 팔고, 학교 인근의 값싼 연구실을 알아봐야 할 처지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한 KAIST 연구원은 6개 연구소 중에서 1개 연구소만 남는다. 최근 유망한 분야로 떠오르는 자율주행 분야를 비롯해 양자, 로보틱스, 의료헬스 등의 분야에서 연구성과를 낸 연구소들은 연구실을 비워야 한다. 수천 만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장비를 버려야 하거나 그간 해오던 연구과제를 이어가지 못해 연구팀이 해체될 위기에 놓였다. KAIST연구원 관계자는 “학교를 빛내며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연구물들을 고철 값만 받고 팔고, 학생들만 학과 사무실로 간신히 이동해야 하는 처지가 돼 버려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KAIST연구원처럼 비정규직 연구인력의 이탈은 빨라지고 있다. KAIST연구원은 재미사업가 박병준 박사와 홍정희 여사 부부가 KAIST 과학자들이 융합연구를 하며 세계를 이끌 과학기술 발전을 이뤄내라는 취지로 낸 기부금을 바탕으로2006년 설립됐다. 교수와 학생, 연구교수와 연구원들이 합심해 산업화에 가까운 기술을 만든다는 점에서 연구기능이 가장 강화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KAIST 연구교원 운영규정’에 의하면 이 곳의 핵심인력인 연구교원은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의 특별한 연구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전일제로 임용된다. 교원들은 학생들과 힘을 합쳐 기술성숙도가 높은 연구들을 한다. KAIST 연구원 설립 초기만 해도 KAIST에서 박사들이 지원해 경쟁률이 10대 1을 넘을 정도로 인기였지만, 지금은 있던 연구원들은 이직하고, 지원자들이 거의 없다.

KAIST 연구원의 사례는 KAIST 전반의 비전임 교원이나 다른 과학기술특성화대학 사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연구교수, 연구원들은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 보수 수준으로 처우 자체는 나쁘지 않다. 자신이 원하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10년 이내 연구경력을 기반으로 임용돼도 대부분 비정규직 신분이다. KAIST 연구원 사례처럼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미국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 캘리포니아공대 등 세계적 대학의 성과가 연구교수, 연구원들의 연구활동을 바탕으로 나온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흐름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KAIST는 과학기술특성화대학 전반의 문제로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이전부터 계속 반복된 문제라고 밝혔다. 학교 측 관계자는 “비전임교원 문제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신설 이전부터 반복된 문제이며, 공간활용 문제는 학교 부지가 한정적이라 어쩔 수 없다”며 “KAIST를 비롯한 과학기술특성화대학 전반의 문제이지만 연구현장에서 개선을 요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덧붙이는 글>

이데일리는 8월 17~20일에 거쳐 KAIST 연구원 연구소장 임기 자료를 확보했고, 주요 내용을 취재했습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지난 2006년부터 시작한 KAIST 연구원은 6개 연구소 중에서 1개 연구소만 남는다”라는 문장을 작성했습니다. KAIST는 23일 오후 10시 20분께 “KAIST 연구원 운영규정에 따라 연구소장의 임기는 3년으로 정하고 있으며, 임기만료와 사임에 따라 3개 연구소 소장을 새로 선임했다”며 “신임 소장의 임기는 시작일로부터 3년으로 발령되었으며, 연구소별 융합연구팀을 구성해 활동할 예정”이라고 전해왔습니다. 연구 교원에 대해서는 “연구교원이나 연구원은 과제수행 필요에 따라 계약기간을 정해 프로젝트 베이스로 임용·활용되고 있으며, KAIST는 객관적 평가를 통해 연구 활성화와 우수연구원 확보에 노력하고 있디”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KAIST 연구소 전경.(사진=강민구 기자)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유현주 '내 실력 봤지?'
  • "폐 끼쳐 죄송"
  • 탕웨이, 무슨 일
  • 아슬아슬 의상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