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 외 제재 수위가 나온 것은 CJ올리브영의 시장지배적지위(시지) 남용행위(배타조건부거래)에 대해선 법 위반 판단을 유보하는 ‘심의절차종료’를 했기 때문이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 회의 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따른 규칙에 의거해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해 법 위반 여부의 판단이 불가능한 경우, 새로운 시장에서 시장상황의 향방을 가늠하기가 어려운 경우 등 위원회의 판단을 유보할 필요가 있는 경우 결정한다.
수천억 과징금설(說)이 나온 것은 시지남용행위가 적용됐을 때 이야기다. 공정거래법 제8조에는 시지남용 행위를 한 경우 매출액에 100분의 6을 곱한 금액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명기돼 있는데 법 위반 행위가 있던 2014년부터 최근까지 약 9년 치 CJ올리브영의 누적 매출액(약 12조원·온라인 매출 제외)을 기준으로 7000억원의 과징금이 추산됐다.
심사관은 △소비자가 직접 매장에서 H&B 제품을 경험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 △CJ올리브영 내부 문건에 자사를 H&B 시장 1위로 표기한 점 △CJ올리브영이 2014년부터 오프라인 매장 수를 급격하게 늘린 점 등을 근거로 H&B 시장을 오프라인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봤다. 올리브영의 전국 매장 수는 2014년 417개에서 작년 말 1289개로 불어났다.
그러나 위원회의 판단은 달랐다. CJ올리브영을 단순히 H&B 시장으로만 국한할 수 없고 온라인 판매채널도 고려해 시장을 넓혀야 한다고 봤다. 이렇게 되면 CJ올리브영의 매출액(2조7800억원·2022년 기준) 기준 시장 점유율은 10~30% 수준으로 떨어진다. 시장지배적사업자로 볼 수 없는 셈이다. 시장지배적사업자가 되려면 단일품목의 매출액이 500억원을 넘고 매출액 점유율이 50%를 넘어야 한다.
위원회는 △이 사건 행위가 지속된 약 10년의 기간 동안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빠르게 변화해 온 점 △여러 형태의 화장품 소매유통 채널이 역동적으로 등장, 성장 및 쇠락하는 현상이 관찰되는 점 △특히 근래에는 오프라인 판매채널과 온라인 판매채널 간 경쟁구도가 강화되는 상황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관련 시장은 H&B 오프라인 스토어보다는 확대돼야 하며 이에 따라 현 단계에서 CJ올리브영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지가 불확실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CJ올리브영이 위치한 시장을 어떻게 보든 매출이나 지위가 앞으로 계속 올라갈 것이고 독점브랜드(EB) 비중도 브랜드나 매출 모두 성장세에 있기 때문에,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CJ올리브영의 전체 매출 중 EB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014년 약 10%에서 2021년 약 30%로 3배 가량 늘었다.
한편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이번 제재와 관련해 “문제된 부분은 내부 시스템 개선을 이미 완료했거나 완료할 예정이며 향후 모든 진행과정을 협력사들과 투명하게 공유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중기 뷰티 브랜드의 성장과 글로벌 진출의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업계와 지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