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건넨 립스틱으로… ‘이태원 참사’ 간호사 자매의 심폐소생술

  • 등록 2022-11-01 오후 2:03:06

    수정 2022-11-01 오후 3:03:32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사고가 발생했다. 30일 새벽 현장에 급파된 119 구급대원들이 희생자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서 40~50명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한 간호사 자매의 사연이 전해졌다. 당시 환자를 구분하기 위해 다급하게 펜을 찾는 자매에게 누군가 립스틱을 건넸고 두 자매는 립스틱으로 쓰러진 이들의 상태를 표시하며 구호 조치를 이어갔다.

전직 간호사인 20대 하모씨와 현직 간호사인 그의 언니는 31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하씨는 “전직 의료인으로서 현장에서 환자를 살리려 최선을 다했지만 피해자의 지인들에게 가망이 없다는 말을 전하는 것이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유실물센터에 유실물들이 놓여 있다. 유실물센터는 이날 밤부터 오는 11월 6일까지 운영된다. (사진=뉴스1)
두 자매는 사고가 발생한 지난 29일 오후 10시 10분께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를 걷고 있었다. 자매 역시 수많은 인파에 떠밀리며 간신히 전진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때 어디선가 “사고가 났으니 밀지 말아주세요”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주변의 시끄러운 음악 소리 등으로 구호 외침은 멀리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이후 주변은 순식간에 비명과 함께 아수라장이 됐고 하씨 자매 앞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딱 10걸음 앞이었다.

사고 초기 구조대원이 쉽게 진입하지 못해 실신한 사람들 수십 명은 인근 가게로 옮겨졌다. 건물에서는 의사와 간호사를 찾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매는 “전직 간호사다”라며 인파를 헤집고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 안에는 넘어지면서 실신한 30~40명의 사람들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 어떤 부상자는 외상을 입어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하씨 자매는 반사적으로 쓰러져 있던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주변에는 119구급대원과 경찰관을 비롯해 일반 시민들 역시 팔을 걷어붙이고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추모공간을 찾은 추모객들이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하씨는 환자의 상태를 구분하기 위해 “혹시 가위나 칼, 펜이 있냐”고 외쳤다. 그때 옆에 있던 누군가는 자신의 립스틱을 건넸다. 하씨는 쓰러진 이들의 몸에 립스틱으로 상태를 표시하고 구호 조치를 했다.

쉴 새 없이 구호 조치를 했지만, 환자는 많았고 도움의 손길은 부족했다. 하씨는 밖에 있는 인파를 향해 “혹시 간호사인 분이거나 심폐소생술 할 줄 아시는 분 있나요”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20분쯤 지났을까. 경찰이 가게 밖에 좀 더 넓은 공간을 확보했고 그곳으로 환자들을 옮겨 응급구조사, 소방관들과 함께 심폐소생술을 이어갔다. 하씨 자매는 의료진과 함께 뛰어다니며 3시간 가까이 40~50명에게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다.

하씨는 인터뷰 말미에서 “현장에 필요한 의료장비와 구급인력들이 이태원 인근의 교통체증과 많은 인파로 인해 빨리 도착하지 못한 것 같아서 너무 아쉬웠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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