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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근무지를 이탈한 지 두 달이 넘으며 시민들 역시 의사에 대한 적대감을 표현하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에는 ‘의주빈(의사+조주빈)’, ‘의마스(의사+하마스)’라고 의사를 조롱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모(29)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특권을 가진 직업군은 의사라 생각한다”며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자기 밥그릇만 챙기겠다는 태도에 화가 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의사들은 자괴감을 느끼고 있었다. 부산 지역의 한 정형외과 개원의 A씨는 “내가 인턴·레지던트일 때만 해도 의사에 대한 자부심과 환자들을 지키겠다는 소명감으로 가득해 장기간 노동을 버틸 수 있었다”며 “의사들에 대한 존중이 이 정도로 무너진 사회에서 어떻게 인턴·레지던트들이 소명감을 가지고 일 할 수 있겠나”라고 안타까워했다.
젊은 의사들은 이러한 분위기가 계속되면 필수의료·지역의료 의사들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 주장했다. 류옥하다 사직 전공의는 “과도한 의대 증원 후에는 의사라는 직업을 돈으로 보는 이들이 몰릴 것이라 생각하고, 환자를 살리는 것에 사명감이나 보람을 느끼는 이들은 줄어들 것”이라며 “지금껏 필수의료·지역의료 의사들을 지탱했던 존중과 명예와 같은 무형의 가치가 사라지고, 업을 떠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들의 의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이익 집단이 내는 목소리는 사회적 공익에 맞춰 어느정도 조정을 해야 하는데 의사집단에서 그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며 “의약분업(에 따른 의료 파업) 때도 이러한 현상이 있었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해소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이 같은 분위기는) 장기적으로 환자와 의사 간 불신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의대 증원 문제를 섬세하게 접근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