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다”→“가혹한 위기”…다급해진 이재용 부회장

한 달 사이 발언 수위 높이며 위기감 드러내
국내외 악재 겹친 상황서 미래 기술 선점 의지 강조
사법 리스크가 경영 행보 발목 잡을 우려도
  • 등록 2020-06-19 오후 4:05:26

    수정 2020-06-19 오후 4:05:26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일주일 사이 두 번이나 반도체 사장단을 불러모아 미래 전략을 점검한 것은 이 부회장이 느끼고 있는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해준다.

고조된 위기 의식은 이 부회장의 발언 수위가 높아진 데서도 드러난다. 이 부회장은 19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가혹한 위기 상황이다.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중국 시안에 위치한 삼성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새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선 거대한 변화에 선제 대비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때를 놓쳐선 안 된다”고 언급한 것에 비하면 한 발 더 나아간 위기감이 느껴진다.

실제로 이 부회장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미·중 무역갈등 등 대외 악재로 인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005930)의 낸드플래시 기술력은 압도적이지만,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중국 양쯔메모리(YMTC)는 지난 4월 삼성의 6세대 낸드 수준인 128단 낸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양산에 돌입하면 삼성과의 격차를 1년 수준으로 좁히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과 사장단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 로드맵 △메모리 및 시스템반도체 개발 현황 △설비/소재 및 공정기술 등에 대한 중장기 전략 △글로벌 반도체 산업환경 변화 및 포스트 코로나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김기남 DS부문장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강호규 반도체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이 사장단과 간담회를 한 것은 지난 15일 DS부문 경영진과 만나 글로벌 반도체 시황과 투자 전략을 논의한 이후 나흘 만이다.

이 부회장은 간담회 이후 반도체 연구소에서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 중인 연구원들을 찾아 격려하며 임직원들과 함께 ‘반도체 비전2030’ 달성 의지를 다졌다. 오는 2030년 까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이 부회장은 올 들어 반도체 사업을 각별히 챙기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올해 첫 경영 행보로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3나노 공정 기술을 보고 받고 미래를 향한 끊임없는 도전을 당부한 바 있다. 지난달 18일에는 중국 시안에 있는 삼성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또 지난달 21일 평택사업장에 초미세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증설한다고 발표하면서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래를 내다본 투자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한 달 새 평택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 조성에 10조원을,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증설에 8조원을 각각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미래 사업 추진을 위한 대형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4년째 이어지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이 부회장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시세조종, 분식회계 등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일 이 혐의에 대해 국민들에게 기소 여부를 판단해 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이에 맞서 검찰은 지난 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9일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11일에는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 사건을 수사심의위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수사심의위는 오는 26일 열린다.

재계 관계자는 “한 달 새 이 부회장의 발언 수위가 높아진 것은 국내외 악재에 따른 위기감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해 연구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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