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새정치연합 혁신안 시행에 무리 많다”… 혹평

정치는 생물인데, 의사결정 복잡하게 만들고 관료화 초래
대표위원회 권위 상실 우려, 당원 역할 대폭 축소도 문제
야권위기는 리더십에, ‘야당은 될수 없어’ 통념 불식 시급
  • 등록 2015-10-12 오후 4:18:51

    수정 2015-10-12 오후 4:23:30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12일 “새정치연합 중앙위원회를 통과한당 혁신위안이 현실성 측면에서 실제로 시행하기에는 무리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혹평했다.

이 명예교수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뭐가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 ‘새정치연합의 문제, 그리고 혁신위원회 혁신안에 대한 하나의 의견’ 발제를 통해 “흔히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고 한다. 또 정치는 ‘이상 반, 현실 반’이라고 한다. 하지만 혁신위 최종 혁신안은 이같은 정치 현실에서 적용하기가 어려워 보인다”며 “의사결정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었고 많은 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관료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앙위를 통과한 혁신안은 당 지도체제인 최고위원회를 폐지하고 5개 권역별 대표와 여성·노인·청년·노동·민생부문 대표 5명, 당대표, 원내대표로 구성되는 대표위원회를 신설하는 한편, 민생연석회의를 설치하고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를 전국위원회로 조정했다.

이 명예교수는 “정당은 정치를 하는 기구이지, 정치인은 관료가 아니다”며 “정당은 자율성에 기초해서 기능하는 결사체이기 때문에 그 과정을 지나치게 틀에 맞추려 하면 원만하게 기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출직공직자 평가시, 여론조사는 참조하는데 그쳐야 = 우선, 새 지도체제인 대표위원회와 관련해, 정당의 최고 의결기구라면 무게감이 있어야 하고 참여자들이 정치적 판단력과 전략적 식견을 갖추어야 하는데, 부문별, 지역별로 선출된 대표들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이끌어가는 결과를 초래하고 위원회 자체의 권위가 상실되면서 중요한 의사결정이 비공식 채널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원·비당원 구분없이 전원 선거인단으로 당 대표를 선출하도록 한 것도 거론했다. 전당대회 때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투표도 하지 못하는 당원이라면 과연 당원을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점이 들 거라는 얘기다.

당원의 역할을 대폭 축소한 것도 문제다. 혁신안은 대의원·권리당원 70%, 일반국민 30% 비율을 없애고 선거인단을 구성해 당 대표와 대표위원을 선출하도록 했는데, 이렇게 되면 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대표위원회가 누구를 대표하는지 모호해진다는 것이다.

공천에서도 당원의 역할은 축소됐다. 혁신안은 국회의원 후보 공천에 있어 권리당원 30%, 일반국민 70%로 구성하는 국민참여경선을 거치도록 하고, 여야 합의가 되면 안심번호에 의한 100% 국민공천단 공천제에 의하도록 했다. 국민공천단이 공천을 하게되면 당원은 후보 추천권을 상실하게 된다.

이 명예교수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슬로건은 ‘국민이 공천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의미로 해석해야지, 당원은 후보 공천에 있어 아무런 역할이 없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설치해 지난 2012년 총선 때 새누리당처럼 현역의원 20%를 공천에서 탈락시키기로 한 것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혁신안에 따르면 국회의원 임기 중간평가(직무평가·다면평가 등 근무평정 방식)와 임기말 최종평가(공약이행평가·지지도평가)를 통해 하위 20%를 공천에서 탈락시키게 된다.

평가방식 중 지지도 평가는 여론조사다. 새누리당은 지난 19대 총선 때 후보 지지도와 정당 지지도를 조사해 차이가 큰 순서로 25% 탈락시키는 방식과 단순히 후보 지지도를 물어 하위 25%를 탈락시키는 방식 중 후자를 선택했다. 그것도 비용 때문에 단 1회 실시했다.

이 명예교수는 “여론조사는 어디까지는 참조하는 데 그쳐야 한다. 새정치연합이 (현역의원 20% 탈락이라는) 이 제도를 시행한다면 전국적 지명도가 있는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무슨 결과가가 나올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 의원은 여론조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도 전략공천과 비례대표 공천에 관한 혁신위 안이 지나치게 기계적이고 여성과 청년, 신인에게 가산점을 주는 장치도 너무나 경직적이고 기계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보에 묶여 있어서도 안되지만 중도를 내세워도 안돼 = 이 명예교수는 혁신위 안의 문제점과 별개로 야권이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은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의 성적표가 초라한데,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가 45%를 상회하고 새누리당의 지지도가 새정치연합보다 15% 높은 상태에 있는 것은, 야당이 국정을 이끌어 갈수 있는 수권정당이라는 믿음을 주지 못해서 생긴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야당에 대한 지지가 약한 이유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영남과 60대 이상 노년층이 탄탄하게 여당을 지지하고 있고 호남에서 야당에 대한 지지가 흔들리고 있으며 여당을 지지하는 않는 20~30대가 야당도 지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에 실망한 중도성향 유권자들이 증가했지만 아직 야당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명예교수는 “전에 없이 야당에게 이런 문제가 생긴 근본 원인은 일단 야당의 리더십에 있다고 해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가 도무지 야당을 국정의 상대방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도 이유”라고 밝혔다.

야당이 심각한 리더십 위기를 겪고 있지만 앞으로 기회는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시대적 과제에 대해 해답을 제시하고 선거 실패로 고착화된 ‘야당은 될 수가 없어’라는 통념을 불식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또 새정치연합이 진보에 묶여 있어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기력한 이미지를 주는 중도를 내세워서도 안된다고 제안했다.

이 명예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대통합과 경제민주화 같은 공약을 모두 파기했기 때문에 여당은 총선과 대선에서 우리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고 있는 이같은 아젠다를 다시 이야기할 수 없다”며 “(새정치연합이)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선 변화와 개혁을 내세우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
☞ 안철수 "혁신위가 해당행위…시간만 낭비"
☞ 김상곤 "혁신위 점수는 B+…최선 다했다"
☞ 김상곤 혁신위, 계파수장들에 '마지막 칼날' 겨눴다(종합)
☞ 안철수, 한명숙사건 거론하며 문재인·혁신위와 대립각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힐링 미소
  • 극락 가자~ '부처핸섬!'
  • 칸의 여신
  • 김호중 고개 푹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