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GOP가 낫더라"…박찬주 대장 공관병의 '악몽'

전 공관병 A씨, "보도 내용 80~90% 이상 직접 겪었거나 아는 사실"
수시 호출에 아들 바비큐 파티 준비까지 '갑질' 천태만상
"공관 생활 보다 차라리 GOP가 낫겠다" 푸념
  • 등록 2017-08-04 오후 4:42:45

    수정 2017-08-04 오후 6:21:16

4일 오전 모처에서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대장) 관사에서 근무했던 공관병 A씨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A씨는 이날 박 사령관 관사에서 근무했던 당시 빨래 등 사적인 업무를 수행했다며 박 사령관 부부의 ‘갑질’ 행태를 털어놨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공관병을 상대로 한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 부부의 ‘갑질’ 의혹과 관련, 과거 박 사령관의 공관에서 공관병 생활을 하고 전역한 A씨가 직접 언론을 만나 그간의 속내를 털어놨다.

박 사령관의 공관에서 6개월~1년 가량 공관병으로 있었다는 A씨는 4일 “(박 사령관 부부의 ‘갑질’ 의혹 관련)보도된 사실 중 80~90% 이상은 직접 겪었거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A씨는 “내가 아는 게 있고 당한 게 있는데 (박 사령관이)폭로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뻔뻔하게 부인한 걸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전역할 때부터 신고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용기를 냈다”고 심정을 밝혔다.

다음은 A씨가 전한 이야기를 1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한 내용이다.

‘그동안 감사했다’는 B의 말….

어제 창고에서 고기 굽는 도구를 하나 찾아오라는 사모님(박 사령관의 부인)의 말에 공관병 B는 하루 종일 창고를 뒤졌다. 결국 찾지 못한 B는 사모님에게 그대로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할 줄 아는 게 뭐냐’는 고함이 공관 아래층에 있는 나한테까지 들렸다. B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어두웠다. 몇 시간 안 돼 B가 자살 시도를 했다는 얘기가 들렸다. ‘그동안 감사했다’는 B의 말을 듣고 눈치 챈 부관이 자살 시도 직전 가까스로 제지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오늘은 ‘파티 플래너’로 변신

공관에 사령관 아들과 그의 친구 8명이 온다며 바비큐 파티를 준비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불판부터 고기까지 준비하고 놀다 지치면 쓰러져 잘 수 있는 이부자리까지 완벽히 ‘각 잡아’ 준비했다. 이런 노릇이나 하러 면접까지 본 게 아닌데 정말 ‘내가 이러려고 공관병이 됐나’라는 자괴감 뿐이다.

‘딩동’. 사령관 아들 친구들이 누른 초인종 소리다. 이제 주방으로 가 사령관 아들이 먹은 그릇 설거지 할 준비를 해야겠다.

식물 하나 죽였다고 베란다에 감금

선인장도 말려죽이는 나인데 졸지에 다육식물을 키우게 생겼다.

사모님은 공관에서 작은 다육 식물을 80개나 키운다. 어떻게 키워야 한다고 대충 설명은 들었지만 태어나서 키워본 거라곤 게임 캐릭터밖에 없는 나에겐 이해할 수 없는 말들 뿐이다.

결국 추운 날씨에 베란다에서 물을 준 식물 하나가 죽어버리는 불상사가…. “추운 날씨에 밖에 놔두면 당연히 얼어죽지 멀쩡하겠냐!” 불같이 화를 냈다. “너도 발가벗겨서 물 뿌려서 밖에 내놓으면 얼어죽지 않겠냐.”

그래도 이 추운 날씨에 베란다에 한 시간 가까이 가둬둘 줄은 미처 몰랐다. ‘그렇게 소중하면 직접 키우시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차라리 GOP가 더 낫더라

“저 진짜 노예짓 더는 못하겠습니다. 본부대로 돌려보내주세요.” 수화기 건너편에선 한숨만 들려왔다.

“장군님이 워낙 권력자라서 나도 함부러 널 데려올 수가 없어 미안하다.” 소대장이나 중대장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본부대로 돌려보내 달라고 했는데도 다들 ‘고생이 많다’라든지 ‘조금만 더 버티자’라며 어떻게든 다독일 뿐이다. 하긴 사령관님 직급이 육군 자체에서 가장 높은 직급이니 대통령한테 얘기하지 않는 이상 소용이 없겠지….

지난주 다른 공관병 C는 사모님 말 안듣는다고 박 사령관에게 군기 빠졌다는 얘길 듣고 최전방 GOP에서 경계근무를 서다 왔다는데, 차라리 공관 생활보다 더 나았다더라. 여긴 맨날 사무님 기분 맞춰야 하고 24시간 대기상태여서 피곤해도 주방에서 ‘쪽잠’ 자고 서로 망 봐주고 딴짓한다면서 인터넷도 못하게 막아뒀는데….

GOP는 최소한 자유 시간도 있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없으니 차라리 GOP에 보내달라고 할까.

영상 편집=이데일리 고영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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