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영끌' 사전청약…2030 패닉바잉 잠재울까

국토부, 사전청약 향후 3년간 10만호 추가
건설사 참여가 관건‥다양한 당근 제시
전세불안 자극…일정 지연시 장기 희망고문
  • 등록 2021-08-25 오후 3:43:57

    수정 2021-08-25 오후 9:07:11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정부가 사전청약을 민영아파트까지 대폭 확대하는 것은 청약 시기를 당겨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 불안감을 없애고 수요를 분산해 집값 상승압력을 낮추려는 고육책이다. 하지만 민간의 참여가 불확실하고 일정이 지연되면 사전청약이 자칫 기약없는 희망고문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또 청약대기 수요가 늘어나며 가뜩이나 불안정한 전세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향후 3년간 10만가구 사전청약 확대…민간물량도 포함


국토교통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3년간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민영주택과 2·4대책의 핵심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주거재생혁신지구사업지에서 나오는 주택을 포함해 총 10만1000가구를 사전청약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사전청약은 본 청약 2~3년 전 예비입주자를 선정하는 제도다. 무주택 실수요자로서는 당첨만 되면 저렴한 가격으로 내 집을 마련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종전까지는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공공주택만 해당했는데, 이번에 대상이 확 넓어진 것이다. 기존 물량과 합하면 앞으로 3년간 약 16만 가구가 넘는 사전청약 물량이 쏟아지는 셈이다. 이 가운데 13만3000호는 집값이 치솟은 수도권에서 공급될 계획이다. 한해 수도권에 공급되는 전체 아파트 물량(11만3000호)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정부가 이렇게 사전청약 물량에 올인하는 것은 청약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 실수요자의 불안심리를 해소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저금리가 지속하는 가운데 공급 불안심리가 맞물리며 올 들어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9%에 육박했다. 수도권 아파트 값은 11% 넘었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빚투·영끌’을 통해 주택을 선구매하는 현상이 짙어졌다. 사전청약을 통해 이런 주택 매매 가수요를 분산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사전청약이 확대되면 심리적으로 30대의 조기 내집마련 효과를 통해 매매시장 쏠림현상을 누그러트릴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 참여가 관건‥“땅도 확보못했다” 비판도


문제는 정부가 계획대로 10만호의 물량을 추가 공급할 수 있을지다. 특히 민간건설사의 참여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건설사 입장에서 사전청약은 분양가 변동이나 민원을 포함해 각종 사업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서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국토부도 민간 업체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건설회사가 사전청약을 약속해야 앞으로 공공택지를 공급받을 수 있고, 사전청약 미분양이 생기면 토지주택공사(LH)나 주택도시보증(HUG), 리츠 등이 매입하는 당근도 제시한 이유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입찰경쟁을 뚫고 택지를 확보했을 때보다는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종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커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사전과 본 청약 과정으로 나누면 인건비와 광고 등 비용이 늘고, 당첨자의 민원이나 지자체와 분쟁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한다”며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울러 2·4대책 사업부지는 아직 지구지정도 이뤄지지 않았고, 일부 주민의 반발도 거세 불확실성이 높다는 평가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는 비판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빅데이터랩장은 “민간에 매각된 공공택지와 달리,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해야 하는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은 소송과 사업 지연의 변수도 있는 만큼 유연한 사전청약이 가능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 자극 우려‥일정 지연되면 10년 희망고문될 판

사전청약 물량이 는다고 해도 최근 집값 상승 원인으로 꼽히는 공급부족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사전청약은 이미 공급하기로 한 물량을 조금 당기는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주택용지 전환이나 용적률 상향 같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공급 물량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매매시장 뛰어드는 수요층과 사전청약의 실수요자는 괴리가 있다”며 “사전청약 확대가 집값 안정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지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이밖에도 대규모 사전청약이 전세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입주때까지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입주가 상당 기간 늦어진다면 사전청약 당첨이 기약없는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다. 실제 2010년 12월 사전예약을 받은 하남 감일 B1블록은 11년 만인 지난해 7월 본청약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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