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주석중 교수 책상엔 ‘라면 스프’…“식사 시간도 아까우셨나”

故 주 교수 장남 “부족하지만 절반만이라도 父처럼 살 것”
“오로지 환자 보는 일과 연구에만 전심전력 다하셨다”
“만년필로 직접 기도문 쓰시기도…너무 가슴 아파”
  • 등록 2023-06-27 오후 7:36:02

    수정 2023-06-27 오후 7:36:02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최근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주석중 서울 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의 장남 주현영씨가 추모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주 교수가 평소 연구와 환자를 보는 일에만 전념해온 일을 회고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주 씨가 추모객들에게 전한 감사 메시지를 공개했다.

주 씨는 “여러분께서 따뜻한 위로와 격려로 저희와 함께해 주신 덕분에 아버지 장례를 무사히 마쳤다”며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별이라 이루 말할 수 없이 슬프고 비통했지만, 정말 많은 분들께서 오셔서 아버지가 평소 어떤 분이셨는지 얘기해 주시고, 진심 어린 애도를 해 주셔서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그는 “장례를 마치고 며칠 후 유품을 정리하러 연구실에 갔었다. 책상 아래 박스에 버려진 라면 스프가 널려 있었다”며 “제대로 식사할 시간을 내기도 어려워서, 아니면 그 시간조차 아까워서 연구실 건너 의국에서 생라면을 가져와 면만 부숴 드시고 스프는 그렇게 버려둔 것이 아닌가 여겨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로지 환자 보는 일과 연구에만 전심전력을 다하시고 당신 몸은 돌보지 않던 평소 아버지의 모습이 그대로 느껴져 너무나 가슴 아팠다”며 애통한 마음을 드러냈다.

평소 주 교수가 환자를 생각했던 마음도 유품을 정리하며 그대로 드러났다. 아들 주 씨는 아버지의 유품 서류 속 평소 사용하던 만년필로 직접 쓴 몇 개의 기도문도 있었다며 ‘제가 환자의 치유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것은 모두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라는 문장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아무리 위험한 수술이라도 ‘내가 저 환자를 수술하지 않으면 저 환자는 죽는다는 생각이 들면 내가 감당해야지 어떡하겠냐’고,‘확률이나 데이터 같은 것이 무슨 대수냐’고 그러셨던 아버지 말씀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씨는 “여러분이 기억해 주신 아버지의 모습과 삶의 방식을 가슴에 새기고, 부족하지만 절반만이라도 아버지처럼 살도록 노력하겠다”며 애도했다.

한편 주 교수는 지난 16일 오후 1시 20분께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패밀리타운 아파트 앞 교차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우회전하던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했다. 주 교수는 평소 응급 상황에 대비해 병원 인근에 살며 응급 수술 등을 도맡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주 교수는 지난 2020년 서울아산병원에서 대동맥질환 전담팀을 꾸려 수술 난도가 어려운 대동맥 박리 치료 및 수술의 국내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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