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아시아·아프리카까지…전세계가 물가와 씨름

잃어버린 30년 일본마저…“저물가 시대 끝났다”
저성장·고물가 ‘미니 스테그플레이션’ 우려↑
"각국 정부·중앙은행 신속·효과적 해결책 없어"
  • 등록 2022-01-24 오후 3:53:17

    수정 2022-01-24 오후 4:06:29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이 지속 확산하면서 ‘저물가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물가 상승 원인과 형태는 지역·국가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선 동일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각국 정부 및 중앙은행 등이 신속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성장 감속과 물가 부담이 동시에 나타나는 ‘미니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진=AFP)
잃어버린 30년 일본마저…“저물가 시대 끝났다”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7.0% 급등, 1982년 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같은 달 영국의 CPI도 5.4%를 기록해 거의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인플레이션은 지난달 5%로 유로화 도입 이래 가장 빠르게 치솟았고, 캐나다의 소비자 물가도 펜데믹(대유행) 이전보다 두 배나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심지어 1980년대 후반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장기 저물가 시대를 맞이했던 일본에서마저도 물가 상승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 18일 인플레이션 위험 평가를 ‘왜곡된 하방’에서 ‘대체로 균형’으로 상향 조정했다. 2014년 10월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1년 동안 국제유가가 55% 이상 폭등했고, 각종 식료품 및 원자재 가격도 급등했다. 자동차·항공우주 플랜트에 사용되는 니켈은 27% 올랐으며 커피 가격은 2배 가량 뛰었다. 대다수 국가에서 기업들의 지출 비용이 늘어나며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됐다. 현재 주요 경제국들 중 팬데믹 이전인 2020년 초보다 인플레이션율이 낮은 국가는 중국이 유일하다고 WP는 설명했다.

각 국가나 지역별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양상은 제각각이다. 미국에서는 의류, 전자제품, 가구, 자동차 등 내구재 가격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에서 지난 1년 동안 내구재 가격은 16.8% 상승했다. 이는 레스토랑 식사, 미용·의료 서비스와 같은 서비스 가격 상승률의 4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유럽에선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있다. 식료품이 소비지출의 40%를 차지하는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선 연료비용 상승→비료 가격 상승→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연쇄 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팬데믹 이후 경제회복 과정에서 국가·지역별 속도가 달라 공장 생산 능력 속도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고객이 사고 싶어하는 상품과, 실제 생산·공급되는 생산 물량 간 불일치를 야기해 가격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보호무역주의 증가, 중국의 임금 인상 및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등과 같은 장기적인 추세가 맞물려 앞으로 몇 년 동안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화할 것이라고 블랙록 투자연구소는 전망했다. 연구소는 “디스인플레이션 시기에서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더 높은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WP도 “전 세계적으로 치솟고 있는 물가는 팬데믹 이후 경제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요 특징으로 떠올랐다”며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억제에 새롭게 정책 초점을 맞추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 온 저물가 시대를 마감하고 있다”고 평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사진=AFP)
저성장·고물가 ‘미니 스테그플레이션’ 우려↑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부 재정정책 및 저금리 통화정책, 소비자 지출 등이 복합적으로 물가를 끌어 올린 미국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이어 오는 3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유동성을 거둬들일 것으로 보인다.

영국도 물가 급등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더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영국은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0.1%에서 0.25%로 인상했다. 2018년 8월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하지만 유럽의 인플레이션을 주도하고 있는 에너지 부족 사태와 같은 문제에는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이에 저성장·고물가에 빠지게 되는 미니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소비가 경제 성장을 떠받치고 있는 미국의 경우 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앞지르며 회복을 저해하고 있다.

WP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임금 상승률은 마이너스(-)2.4%를 기록했다. 민간부문 시간당 임금이 전년 동월대비 4.7% 올랐지만, 물가가 7% 상승해 임금 인상분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 월가 투자전략가를 인용, 1970년대 이후 중앙은행들이 ‘진짜 인플레이션’을 겪어보지 못했다는 것이 무서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역시 1980년 전후 시기에 20대 후반, 로스쿨을 졸업하고 법률가로 경력을 쌓고 있었다. 1984년 투자은행 업계로 이직했을 땐 인플레이션이 4%로 안정화하고 난 뒤였다”고 전했다.

이어 “오미크론 유행과 추가 코로나19 변이 발생시 소비자 심리가 더욱 악화하고, 공급망 복구에 시간이 걸리면서 고용시장 회복도 늦춰지게 될 것”이라며 “어두운 미래가 시장을 덮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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