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삼성은 ‘양(量) 중심 경영에서 질(質) 경영’으로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데 성공하면서 초일류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이 기간 삼성의 세계 1위 품목은 D램 하나에서 스마트폰, 박형 TV, 액정패널, NAND형 플래시메모리, 리튬이온 전지 등으로 대폭 확대됐다. 당시 29조1000억원이던 그룹 매출은 지난해 383조9000억원으로 13.2배가 늘었다. 이익 역시 같은 기간 8000억원에서 38조원으로 47.5배 커졌다.
신경영의 성과는 브랜드 가치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브랜드 평가업체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2005년 브랜드 가치 195억 달러(20조6895억원)로 세계 20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월드 베스트 상품이 늘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맹주 애플을 제치면서 올해 396억 달러(42조156억원)의 브랜드 가치로 세계 8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며 최절정기를 맞이하고 있는 삼성이지만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길은 과거 20년보다 더욱 험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회장은 이에 앞서 지난 6월에도 신경영 선포 20주년을 맞아 그룹의 전 임직원에게 “앞으로 우리는 1등의 위기, 자만의 위기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조직에 위기의식을 불어넣기도 했다.
삼성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는 가장 큰 현안 과제로는 기형적으로 커져버린 스마트폰 사업이 꼽힌다. 올 3분기 삼성전자(005930)는 휴대전화 사업(IM)에서 전체 매출의 62%, 영업이익의 68%를 각각 거뒀다. 현재는 삼성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을 겪는다면 삼성그룹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스마트폰 사업이 ‘양날의 칼’로 작용할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지속해서 금융분야에서도 삼성전자와 같은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전자 계열사로 쏠려 있는 사업 구조를 재편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전했다.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원만하게 마무리해 오너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하는 문제도 자주 거론되고 있다. 지난 8월 이 회장이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금융가를 중심으로 이 회장의 건강 위독설이 급속하게 퍼질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 했다. 이는 이 회장의 건강문제는 개인이나 삼성그룹 차원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 경제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의 건강문제는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삼성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 회장이 건강할 때 세 자녀에 관한 경영권 승계 문제가 깨끗하게 정리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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