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이근면 인사처장 공직개혁 '고군분투'

  • 등록 2015-07-29 오후 5:18:07

    수정 2015-07-29 오후 5:32:02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인사혁신처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개방에 적합한 직위를 발굴하고 민간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각 부처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한 장관님의 아낌없는 관심과 협조가 필요합니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최근 정부부처 장관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자우편을 보냈다. ‘공직 개방성 높이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이었다. 편지에는 완곡하게 표현됐지만, 이 처장은 “공직 개방을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것 같다”고 토로할 정도다. 공직 개방에 대한 공무원들의 저항이 워낙 거세서다.

‘공직 개방’에 대한 공직사회의 거부감은 최근 시행한 경력개방형 직위 채용에 여실히 드러난다. 경력개방직은 민간인만 채용하는 직위다. 인사처 주관으로 올해 하반기에 처음으로 뽑는다. 각 부처는 147개 직위를 경력개방직으로 지정해 민간에 개방하겠다고 밝혔지만 연말까지 실제 채용하는 곳은 21곳 뿐이다. 나머지 126곳은 언제 채용이 이뤄질지 알 수 없다.

실제로 각 부처들은 공직 개방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A부처는 “경력개방형 직위로 지정해 놓았지만 채용 계획은 없다”고 했다. 고위공무원 직위에 경력개방직을 지정해 놓은 B부처는 ‘민간인 중 적격자가 없다’며 후보자들을 잇따라 퇴짜 놓는 방법으로 채용을 무기한 연기 중이다.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민간인을 뽑을수록 기존 공무원들이 올라갈 국·과장 자리가 줄어드는데 누가 적극적으로 앞장서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 처장은 중앙부처 국·과장 중에서 민간인만 뽑는 개방직 규모가 5%에도 못 미친다며 공직 개방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악역을 맡은 이 처장을 바라보는 공직사회의 눈길은 차갑기만 하다. 작년 11월 취임 이후 이 처장이 추진한 공직 개혁은 매번 내부 저항에 부딪혀 진통을 겪었다.

순환보직 기간을 축소해 한 보직에 좀 더 오래 일하도록 해 전문가를 육성하겠다고 밝히자 “승진 길을 막겠다는 거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관피아 척결을 위한 노력도 가시밭길을 걸었다.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하자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 병폐가 사회적으로 질타받는 상황에서도 “공직에서 성장한 전문가들을 사장시키는 행위”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정치권 타협으로 마무리된 공무원 연금 개혁도 안팎으로 돌팔매를 맞았다.

한 인사처 관계자는 “공직 인사혁신은 실패의 역사여서 공직 내부에선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에 냉담한 분위기”라며 “이 처장이 논란 속에서도 얼마나 꾸준히 인사혁신을 추진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인사처 복도 게시판에 남긴 메모는 의미심장하다. “마음도 허하다. 하지만, 할 일이 남아 있다. 허리띠를 졸라맨다. 신발끈을 묶는다. 눈을 부릅뜨고 비빈다. 가야지!!! 아직 갈 길이 멀다. 믿자, 믿자, 믿자, 같이 함을, 同(동)식구임을.”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사진=한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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