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는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현대그룹의 자구계획안이 계획대로 진행되는데 변수가 많다며 자금 확보가 1조9628억원에 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부산신항만 재무적투자자(FI) 교체와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등으로 3671억원을 마련했으나 규모가 큰 액화천연가스(LNG) 매각이나 현대증권 매각 등에서 예상보다 적은 금액을 받을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의 LNG전용선 매각과 관련 1조1000억원 규모로 IMM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실사 후 매각대금이 1조1000억원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 금액은 부채를 포함한 매각가로, 현대그룹이 확보하는 금액은 5000억~6000억원 수준이 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강성으로 알려진 현대증권 노동조합과 업황 불황, 자베즈1호 사모펀드(PEF) 관련 파생계약, 교보증권 등에 걸린 담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현대증권의 매각 가격이 예상했던 금액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진행 중인 현대그룹은 최근 잇따른 악재를 만나 고전하고 있다. 신용평가 3사가 잇따라 신용등급을 하향하며 ‘투기등급’까지 내려앉았고, 그룹의 ‘맏형’인 현대상선의 해운업 불황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그룹은 24일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한신평은 이날 현대그룹이 로지스틱스의 지분을 매각해도 기존 계획의 3분의 2에 못 미치는 자금을 확보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류승협 한국신용평가 기업·그룹평가본부 실장은 “현대증권을 매각하면 유동성 현금 2000억원을 조달하고 순차입금 5669억원을 축소할 수 있다”며 “그러나 현대증권을 예상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각하면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 실장은 “2010년만 해도 별 차이가 없던 머스크와 현대상선의 영업수익성이 지난해 9.3%까지 벌어졌다”며 “구조조정 진행상황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적 지원 상황 등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