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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호텔롯데가 의료법 위반 논란에 휩싸인 보바스기념병원을 우여곡절 끝에 품에 안았다. 보바스기념병원은 회생의 길이 열렸지만 의료 영리화 단초가 될 수 있다며 반발하는 성남시와 시민단체의 행보에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14부(재판장 이진웅 부장판사)는 호텔롯데를 인가 전 인수합병(M&A) 인수자로 결정하는 늘푸른재단의 회생계획안을 최종 인가했다. 늘푸른재단은 보바스기념병원의 운영재단으로 호텔롯데는 보바스기념병원의 실질적 주인이 됐다.
보바스기념병원은 재활요양병원이다. 지난 2002년 영국 보바스재단으로부터 병원명 사용을 인증 받아 노인과 뇌성마비 아동들의 재활에 헌신하고 선구적으로 보바스 치료접근법을 제시한 보바스 부부의 정신을 기념해 설립됐다. 경기도 분당 판교에 있고 부지면적 총 2만4300㎡(약 7400평)에 연면적 약 3만4000㎡(약 1만250평) 규모로 550여개 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보바스기념병원의 자산 가치는 1100억원 수준이며 연매출 430억원 안팎의 중소형 병원이다. 또 어린이 재활병원으로 국내 최초 개원된 보바스어린이의원을 경기도 용인 동백에 운영 중이다. 보바스어린이의원은 발달장애, 뇌성마비 아동들의 재활치료에 특화됐다.
이후 같은 해 10월 공개입찰에서 호텔롯데가 2900억원(무상 600억원, 대여 2300억원)을 제시해 이사회 추천권을 얻을 수 있는 인가 전 M&A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호텔롯데를 비롯해 유력한 인수후보였던 한국야쿠르트 등 총 4곳이 경쟁을 벌였다. 호텔롯데는 단순한 의료수익을 창출 개념을 넘어 보바스기념병원의 인프라를 통해 소외계층과 취약층에 대한 의료봉사와 지원활동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시민단체 등에서 의료법 위반과 특혜 논란이 제기되면서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작업이 길어졌다.
현행 의료법은 외부자본이 병원 경영에 개입해 의료법인이 영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의료법인을 사고파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를 무상 출연과 대여 등을 통해 이사회 구성권한을 받는 우회적인 경영권 인수는 법으로 막을 수 없다. 호텔롯데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바로 이 부분 때문이다. 호텔롯데는 보바스병원을 운영 중인 늘푸른의료재단에 향후 5년간 총 29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무상출연과 빌려주는 조건으로 늘푸른재단 이사회 구성권한을 받는다. 소유권만 없을 뿐 사실상 호텔롯데가 재단 이사회를 장악해 사실상 병원 경영권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롯데그룹측은 인가 전 M&A가 법적 문제가 전혀 없는 만큼 추후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날 법원이 인가를 결정하면서 법이나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조목조목 설명했다”며 “보바스기념병원 운영은 사회공헌이라는 기본 취지에 맞게 취약계층과 재활시설 등에 투자와 지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