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아마존이 뉴욕 채권시장에서 총 185억달러(원화 약 20조7000억원) 규모로 회사채를 찍었다. 회사채는 최단 2년부터 최장 40년까지 총 8개 만기구간(트렌치)으로 나눠서 발행했다.
185억달러는 아마존 역대 최대 규모의 회사채 발행 기록이며, 지난 3월에 250억달러 규모로 발행된 버라이존 커뮤니케이션 회사채에 이어 올해 미국 기업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당초 아마존은 150억달러 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하려 했지만, 500억달러 이상의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린 탓에 35억달러를 증액해 발행했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몰린 덕에 회사채 발행금리도 당초 예상보다 낮게 결정됐다. 40년만기 회사채의 경우 미 국채금리에 95bp(0.95%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붙은 수준에서 발행됐는데, 당초 예상한 115bp보다 20bp나 낮아졌다. 또 2년만기 회사채는 국채금리에 10bp, 20년만기의 경우 70bp 가산금리를 기록했다.
이날 금융데이터업체인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아마존은 미국 회사채시장에서 2년과 20년물에서 역대 최소 스프레드 기록을 경신했다.
이처럼 아마존이 각 만기 구간마다 역대 최소 수준의 스프레드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에도 견조한 실적을 올린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아마존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00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늘어난 1085억 2000만달러로, 시장 전망치 1044억 7000만달러를 웃돈 것은 물론 역대 2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무려 3배 급증한 81억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다른 봉쇄 조치가 온라인 쇼핑 수요 및 클라우드 컴퓨팅 수요 급증으로 이어지며 아마존에게는 호재가 됐다.
이 덕에 지난 3월말 현재 730억달러(약 81조6700억원)에 이르는 역대 최대 규모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마존이 채권 발행에 나선 것은 초저금리 환경에 따른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진단이다. 또 현금을 많이 쥐고 있으면 자사주 매입, 인수·합병(M&A) 등에 유리하며, 투자자들을 위해 배당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도 긍정적이다.
아마존은 이번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재생가능 에너지, 청정 배송 및 친환경 공동주택을 포함한 5개 분야의 프로젝트 자금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잠재적으로 자사주 매입, M&A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美우량기업들 회사채 발행 잇따라…“저금리때 성장자금 마련”
한편 아마존 외에도 많은 미국 우량기업들이 최근 들어 초저금리와 높은 신용도를 활용해 채권시장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회사채시장 스프레드가 최근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와 자금 조달에 유리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FT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팬데믹 이후 회사채 시장에 개입한 이후 미 국채금리 대비 스프레드가 크게 하락했고, 현 시점에선 팬데믹 이전 평균보다도 낮은 수준”이라며 “기업들은 긴급 자금이 필요가 없더라도 투자자들로부터 현금을 조달하기 매우 매력적인 시기”라고 설명했다.
맷 브릴 인베스코 북미 대표는 “미국 우량기업들은 이 같은 레버리지를 활용해 추가적인 성장을 꾀하고 있다”면서 “합리적으로 낮은 이자로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통해 훨씬 더 큰 영업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이는 큰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