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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중국이 미국 전역에 철을 집어던지고 있어요. 결국 우리를 죽일 겁니다. 아마 우리는 가격을 조금 낮추겠죠. 하지만 모든 일자리를 잃을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6년 4월 피츠버그 집회 연설에서 한 말이다. 중국산 철강 수입에 대한 그의 생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시장의 공정한 경쟁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는 미국 내 일자리를 뺏기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기준으로 판단한다. 1962년에 만들어진 무역확장법 232조를 갑자기 꺼내 든 이유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르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명분을 삼아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런데도 미국의 칼끝이 중국을 향하자 중국은 발끈하는 분위기다. 중국 상무부의 왕허쥔 무역구제조사국장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조사는) 근거가 없고 사실과도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의 최종 결정이 중국의 국익에 영향을 준다면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 포담대의 국제무역 전문가인 맷 골드 교수는 “미국이 세계 무역 질서를 대한 중대하게 위반했을 때 전체 세계 무역 시스템의 기초를 흔들어 놓는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정부의 철강 수입 규제로 미국의 셰일오일 산업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셰일오일 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강관 수입이 크게 늘었다. 셰일오일 개발은 전통적인 자원개발보다 시추작업이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값싼 수입 강관이 절실했다. 한국의 미국 철강 수출 물량의 절반 이상이 강관 제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수입을 규제하면 미국 내 강관 가격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 셰일오일산업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뜻이다. CNN머니는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겨냥하고 있지만, 파급이 중국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전체 철강 거래 시스템으로 영향이 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