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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10년 넘게 서울 중구 제일평화시장 5층에서 모피와 가죽을 팔아온 최모(56)씨는 지난 22일 시장 3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겨울옷 장사를 멈추게 됐다. 통상 9월은 가을·겨울 옷 장사가 시작되는 성수기지만 최씨는 언제쯤이면 장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화재로 연기가 4~5층까지 번지면서 3000만원 상당의 모피·가죽 옷에 연기 냄새가 뱄기 때문이다. 최씨는 “전소된 3층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층들의 피해도 적지 않다”며 “겨울 장사로 1년 먹고 사는 상인들의 사정 좀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제일평화시장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이 곳에 입주해 있는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모두 타버린 3층뿐 아니라 지하 1층부터 7층까지의 출입이 모두 통제돼 장사를 멈췄다. 심지어 연기·그을음·침수 등으로 상한 옷들을 모두 버려야 하는 상황이다.
“잠도 못자고 멍하니 건물만 볼 뿐…”
3층 상인의 걱정은 더 크다. 까맣게 전소된 상가를 볼 자신이 없다는 김모(55)씨는 이제는 해탈한 상태라고 고백했다. 20년 넘게 이곳에서 옷 장사를 하던 베테랑 김씨에게도 화재는 낯설었다. 김씨는 “해외 브랜드 옷을 수입해 파는데 대개 가격대가 높다”며 “지금 마음은 새롭게 다시 시작하자는 다짐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서울 중구청에 따르면 현재 제일평화시장 건물에 입점한 상가는 816개로, 상인은 1616명에 달한다. 아직 피해액은 추산 중이나 최대 수십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피해는 둘째치고 상인들은 하루라도 빨리 장사를 시작하길 바라고 있다. 이날 오전 소방당국은 현장감식과 동시에 상인들의 출입을 금지한 상태다. 상인연합회 측은 소방당국과 서울시 측에 출입 허가를 요구해놓은 상황이다.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생계가 달린 문제인데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순 없지 않냐”며 “출입이 불가능할 시 건물 앞 야외 상점이라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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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시설 사각지대…철제 외벽에 진압 어려워
전날 0시38분께 시작한 제일평화시장 불을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소방당국은 23시간이 넘어서야 현장활동을 종료했다. 큰 불은 1시간여만에 진화됐지만 시장 내 원단과 의류 속에 남은 불씨를 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심지어 외벽도 철제로 만들어진 탓에 창문도 쉽게 열리지 않아 화재 당시 소방차 진입도 쉽지 않았다. 한 소방 관계자는 “만약 유리 창문이 외벽에 설치돼있으면 쉽게 진입해 불을 껐을 텐데 철제를 뚫고 들어가는 등 화재 진압이 쉽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소방당국은 “추후 제일평화시장의 화재시설 점검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