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는 17일 의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최근 엔화 약세를 두고 “엔저(低)가 수입물가를 높여 부정적인 경제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또한 일본 글로벌 기업들의 수출과 이익을 늘리는데 긍정적”이라며 이렇게 말했다고 블룸버그 등은 전했다.
|
최근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52엔에 육박할 정도로 상승했다(달러화 강세·엔화 약세). 달러·엔 환율이 152엔을 돌파할 경우 엔화 가치는 지난 1990년 이후 3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우에다 총재는 “아직 물가 목표를 지속 가능하게 안정적으로 달성했다고 확신할 수 없다”며 “인내심을 갖고 초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 정책을 어떻게 변경할지에 대해 강하게 발언하면 시장에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우에다 총재는 “통화 완화를 통해 채권수익률곡선 전반을 낮게 유지하면서 수요를 자극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 국내총생산(GDP)이 다소 약하게 나타난 건 사실”이라며 “향후 소비 전망의 관건은 임금의 지속적인 상승 여부”라고 했다. 최근 일본 인플레이션 탓에 실질임금이 줄고 있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 9월 종업원 5인 이상 업체의 노동자(파트타임 노동자 포함) 1인당 평균 현금 급여액은 27만9304엔(약 242만원)으로 전년 대비 1.9% 늘었다. 그러나 물가 변동을 감안한 실질임금은 2.4% 줄었다. 18개월 연속 감소세다.
아자카와 료세이 일본 재무성 차관 역시 비슷한 톤의 언급을 했다. 아자카와 차관은 “당국이 외환시장 개입 시기를 결정할 때 특정 환율 수준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단순히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모든 외환 개입은 과도한 변동성 억제를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고위 당국자들의 완화 언급에도 미일 금리 차가 줄면서 엔화는 소폭 강세를 보였다.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장중 달러당 150.43~150.77엔에서 움직였다. 다만 일본 당국의 돈 풀기가 이어질 경우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