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의결권 행사를 결정한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반대 이유로 합병비율과 자사주 소각 시점 등을 고려할 때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밝힌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 4월 SK C&C와 SK가 발표한 합병 비율은 1대 0.74다. 최 회장 일가는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SK C&C 지분을 43.43% 갖고 있는데 반해 SK 보유 지분은 0.04%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합병 비율 자체가 최 회장 일가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게 책정됐고 상대적으로 SK 주주들이 불리한 상황에 부닥쳤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연금은 이번 결정을 앞두고 적잖이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SK C&C와 SK 합병건은 단순히 이번 사안 뿐만 아니라 최근 국내 경제계와 금융투자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가늠자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결권행사 전문위는 연구기관 추천으로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를 비롯해 정부와 사용자단체, 근로자단체, 지역가입자단체 등에서 각각 2명씩 추천한 학계와 법조계 인사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의결권 행사 전문위는 투자위원회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의결과 행사 방향과 함께 특정 기업의 배당정책이 적절한지 여부 등을 판단한다. 이번 건에 앞서 과거 1년간 의결권행사 전문위를 거친 세 개 안건에선 모두 반대표가 행사됐다.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는 오는 26일로 예정된 SK 주주총회에서 큰 변수가 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 C&C와 SK 모두 총수 일가와 계열사 지분이 많아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지더라도 대세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업계 전문가들은 형평성 측면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건도 의결권행사 전문위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보고 이 경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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