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저축률 최고…“평화시 역사상 전례 없다”
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 1분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가계저축률이 16.9%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가계저축률은 12.7%였다.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미국의 가계저축률은 올초 7.9% 정도였지만 4월에는 32%로 급등했다. 5월에는 23.2%로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가계 저축이 늘자 은행 예금도 큰 폭 늘었다.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유로존 가구의 은행 예금은 월평균 710억유로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동기 대비 두 배가 넘는 규모다. 팀 콘돈 이코노미스트는 “현대 평화시기에서 이같은 예금 증가는 역사상 전례가 없다. 언젠가 이런 움직임이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모두가 지갑을 닫기 시작하면서 가계 저축이 늘었지만, 문제는 이동제한조치(락다운) 때문에 사용하고 싶어도 쓸 수 없는 돈인지 아니면 해고를 대비해 비상자금으로 저축한 돈인지 구분이 어렵기 때문이다.
쌓여있는 가계저축이 락다운에 의한 소위 ‘비자발적 저축’에 해당한다면 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실시할 경우 인플레이션만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해고나 수입 감소에 대비한 ‘예방적 저축’ 성격을 띤다면 정부가 돈을 풀어도 높은 실업률과 더딘 회복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최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역시 경기회복 속도가 지연되고 있음을 경고하며 그 배경에 가계저축 급증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제 전망 어두울 수록 저축 매달려
몇몇 나라에서는 소비심리가 회복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5월 프랑스에서는 소비지출이 36.6% 늘었고, 독일은 13.6% 증가했다. 한국도 서울과 경기도 등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지원 대책을 내놓은 덕에 4월 소비심리가 개선됐다. 미구엘 찬코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4월 이후 매출 증가가 장기 추세 이상으로 전체 수준을 끌어올릴 정도로 충분히 견실하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는 각국 방역체계가 일부 영향을 주는 듯 하다. 전문가들은 전염병 위기를 잘 관리해 온 나라들이 소비심리에서 더 큰 반등을 누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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