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은행에 채찍질만 하는 금융당국, 능사 아니다

  • 등록 2023-12-27 오후 8:20:59

    수정 2023-12-27 오후 10:40:00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금융당국 압박에 은행권이 백기를 들고 있다. 은행권은 개인사업자 이자환급(캐시백)을 비롯해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게 2조원이 넘는 지원책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역대 최대의 상생금융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는데 그게 끝이 아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하는 모든 은행권 직원들은 앞으로 1년에 최소 2번 이상의 명령휴가를 의무적으로 가야 한다. 대다수 은행의 PF 조직이 업무별로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다고 판단한 당국의 입김이 작용했다.

고금리·고물가로 허덕이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는 모두가 공감한다. 반복되는 금융사고에 은행들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시스템을 견고히 하겠다는 계획은 차질없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은행권의 상생금융과 내부통제에서 자율은 사라졌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부가 독단적으로 밀고 있는 모양새다.

전방위적으로 가해지는 정부의 압박에 떠밀리다 보니 은행들 내부에서는 ‘내성’이 생긴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당국 입맛에 맞춰 따라간다면 면피는 되기 때문이다. 대신 은행권의 자발성은 사라지고 있다. 자발성이 없다 보니 상생의 동기는 적어지고, 보여주기 식의 내부통제만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이 몇 달 전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내놓은 것도 자발성이 없는 데서 나온 실패물이나 다름없다. 애초 정부의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에 발맞춰 금리 상승기 취약차주를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출시됐지만, 당국은 이를 되레 가계 빚 폭증 주범으로 몰면서 시장에서 사라졌다. 당국이 뒷짐만 진 채 채찍질만 한다면 앞으로도 제대로 된 금융정책은 나타나기 어려워 보인다. 내년은 더욱 공정한 ‘금융룰’을 만들어 시장에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은행 탓만 할 게 아니라 당국 본연의 업무와 역할에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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