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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4층 대회의실에서는 10개 주요 석유화학업체 최고경영자(CEO)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간담회가 열렸다. 석유화학업회 회장인 허수영 롯데케미칼(011170) 사장을 비롯해 LG화학(051910), SK종합화학, 한화케미칼(009830), 효성(004800) 등 각 업체 대표가 자리에 참석했다. 각 회사 대표들은 간담회 시작 30분 전부터 긴장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업계와 정부는 베인앤컴퍼니의 컨설팅 결과를 두고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발표된 컨설팅 결과에 따르면 총 33개 석유화학제품 품목 중 4개 품목이 공급 과잉을 빚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폴리에스터 섬유와 페트병의 원료인 테레프탈산(TPA), 완구용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스티렌(PS)의 설비 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타이어원료인 합성고무(BR·SBR)와 파이프용 소재인 폴리염화비닐(PVC)은 더이상 증설 없이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TPA는 지난해말 열린 24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도 공급과잉에 따른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된 바 있다. 국내 최대 생산설비를 갖춘 한화종합화학(연산 200만t), 삼남석유화학(180만t), 태광산업(003240)(100만t)의 발등에는 불똥이 떨어졌다. TPA 단일제품을 생산 중인 삼남석유화학은 2012년부터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컨설팅을 바탕으로 통합·감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TPA 시황부진 장기화에 따라 2014년 연산 105만t에 달하던 생산 설비의 일부를 고순도이소프탈산(PIA) 설비로 전환해 65만t 규모로 축소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업계 4위의 TPA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컨설팅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감산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TPA는 불과 5년 전만해도 중국발 수요를 바탕으로 45억달러(약 4조9200억원)를 수출하는 등 호황을 누렸다. 2011년 우리 업계의 중국 수출 의존도는 84%에 달했지만, 중국이 2012년과 2014년 1000만t 규모 생산설비를 증설하면서 자체수급비율을 높이기 시작했다. 반면 우리 업계는 수출에 차질이 생겼다. 우리나라의 TPA 생산능력은 연간 630만t으로 세계 2위지만, 1위 생산능력 보유국인 중국의 4700만t 규모에 비하면 13.4% 수준에 불과하다.
이 밖에도 구조조정 품목으로 꼽힌 PS는 중국 수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수요 대비 생산능력이 188%에 달해 공급과잉 상태다. 여기에 중국이 자체적으로 PS를 조달하면서 수출이 쪼그라들고 있다. 유가 변동 등 외부 요인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될 수는 있지만 중단기적으로 업황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품목 중 하나다.
한편 증설을 중단해야 한다는 컨설팅 결과를 받은 BR·SBR, PVC 제조업체들은 이 품목에 대해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PVC 설비는 클린PVC나 난연소재인 염소화PVC 생산설비로 바꾸고, BR·SBR 생산설비는 고부가 제품인 고기능 SBR이나 내구성이 좋은 엘라스토머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고부가제품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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