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복 찢기고 숙소는 장례식장…경북 간호 환경 열악

수면 공간 부족해 내시경실에서 쪽잠 자는 간호사도
장기간 입원 확진 환자 늘며 택배주문까지 떠맡기도
  • 등록 2020-03-09 오후 1:32:21

    수정 2020-03-09 오후 1:32:21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경북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며 방호 물품 부족 등으로 의료진도 감염병 위험에 상시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대한간호협회가 공개한 경북 지역 코로나19 전담병원 점검 결과에 따르면 감염예방 장비 부족 문제가 가장 심각했다. 지난 6일까지 경북의 감염병 전담병원 중 이동식 음압기가 설치된 병실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외에도 방호복, 체온계, 혈압계, 전동식호흡장치(PAPR) 등도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담병원 간호사들에 따르면 방호복을 입고 근무하는 시간이 3~4시간인 경우가 허다하다. 덥고 움직임이 둔해 오랜 시간 입을 수 없지만 충분한 방호복이 확보되지 않아 조금이라도 더 입고 확진 자를 돌보고 있는 것이다. B병원 간호사는 “격리병동 근무 중 가끔 방호복이 찢어질 때가 있다”며 “그럴땐 서둘러 병동 밖으로 나오긴 하지만 감염에 대한 공포보다 근무가 끝나지 않았는데 많지 않은 방호복을 또 한 벌 갈아입어야 한다는 미안함이 더 크다”고 털어놨다.

간호사 숙소로 쓰이고 있는 경북 코로나19 전담병원 장례식장(사진=대한간호협회 제공)
간호사들의 휴게 및 휴식 공간 역시 열악했다. 경북 C병원 간호사는 “장례식장은 현장 간호사들의 기숙사나 다름 없다”라며 “손으로 속옷과 양말 등을 빨아 장례식장 테이블에서 말리는 등 불편함이 많지만 동료 간호사들과 함께 있어서 위안이 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간호사는 “그나마 장례식장은 방바닥이라 낫다. 현재 운영하지 않는 내시경실이나 산부인과 등을 숙소로 이용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확진 환자의 입원이 장기화되면서 격리병동 간호사들의 잡무도 함께 증가하고 있어 가뜩이나 부족한 간호사 인력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소재 D병원 간호사는 “격리병동에 투입된 간호사는 기본적 간호는 물론 식사와 화장실 청소 등 환자의 모든 것을 돌봐야 한다”며 “최근에는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서 휴대폰으로 과일과 영양제, 과자, 완제된 음식 등을 비롯해 마스크팩 등을 주문하는 확진 환자의 택배까지 떠맡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들의 근무여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은 “격리병동에서 확진 환자와 24시간 함께 있는 의료인은 간호사”라며 “정부와 지자체는 잠도 못 자고 식사도 제대로 못 먹고 오로지 환자 간호에만 매달리는 간호사들에게 제대로 된 감염 예방 장비, 식사, 휴식 공간을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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