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패소…통상임금 ‘시한폭탄’ 떠안은 기아차

항소심도 기아차 주장 '신의칙' 불인정
인건비 올라 기업, 산업 경쟁력↓ '우려'
  • 등록 2019-02-22 오후 3:46:11

    수정 2019-02-22 오후 3:46:11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일부 승소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 앞에서 강상호 기아자동차 노조지부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기아자동차(000270)가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달라”며 노조가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사실상 패소하며 인건비 부담을 떠안았다.

재계는 앞으로 통상임금에 대한 노사 분규로 자동차산업이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한다. 산업 경쟁력 악화로 앞으로 중장기적으로 고용 역시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심 이어 2심도 ‘신의칙’ 불인정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 윤승은)는 22일 열린 기아차 근로자 2만7451명이 2011년 회사를 상대로 낸 정기상여금 등 임금 1조926억원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일부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다만 4223억원을 인정했던 1심에서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중식비와 일부 수당 등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해 사측이 지급해야 할 금액을 줄였다.

쟁점은 결국 ‘신의 성실의 원칙(신의칙)’에서 갈렸다. 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민법 제2조 1항으로 법률관계 당사자는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법률상 대원칙이다.

기아차는 지난 수십 년간 임금협상 등을 통해 이어져 온 노사 간의 신의도 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의 추가 수당 요구가 회사의 경영에 어려움을 가져온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1심에 이어 2심도 사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통상임금 판결의 분수령은 기아차의 재정상태였다. 재판부는 기아차의 현 경영상황이 미지급 임금을 부담한다고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가져오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앞서 노조 측은 “2011년 소송 제기 전후에는 매년 수조 원대 이익이 났기 때문에 추가 임금 지급에 따른 재정 부담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아차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 위기 속에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판매 감소, 미국의 통상 압력, 미래차 투자규모 증가 등으로 통상임금까지 부담하면 경영위기에 처한다고 호소했다. 또 최근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이 줄고 있는 점도 강조했다. 2011년 8.1%이던 영업이익률은 2015년 4.8%로 주저앉은 뒤 2017년 통상임금 충당금 반영으로 1.2%까지 곤두박질쳤다.

기아차는 1심 판결 직후 2017년 3분기 427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07년 3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상급심에서 패소가 확정될 경우를 대비해 소급 지급할 급여 등 9777억원을 충당금으로 처리하면서다. 이에 통상임금 판결에 앞서 최준영 기아차 대표(부사장)는 노조에 “지난해 기아차 영업이익률이 2.1%에 불과했다”며 “통상임금 논란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일부 승소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 앞에서 강상호 기아자동차 노조지부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판결 직후 기아차는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은 선고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선고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상호 전국금속노조 기아차 지부장은 “세부 항목에서 일부 패소한 게 있지만 거의 1심이 그대로 유지됐다”며 “기아차는 2심 판결을 준용해서 체불임금 지급을 더이상 지연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기아차 노사는 통상임금 소송을 떠나 합의를 이뤄나간다는 계획이다.

기아차는 “소송과는 별도로 기아차 노사는 작년 9월부터 본회의 5회, 실무회의 9회 등 통상임금 특별위원회를 운영해 오고 있다”며 “지속적인 자율협의를 통해 노사간 합의점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지부장은 “9년째 이어진 소송이 오히려 기아차 회사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데 노조도 공감하고 있다”며 “현재 노사가 논의하는 통상임금 특별위에서 조기에 원만히 타결되길 간절히 원한다”고 말했다.

인건비 부담 가중…산업 경쟁력 위기

이번 판결로 기아차의 인건비 부담 가중은 불가피하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면 야근수당이나 휴일수당 등이 올라가기 때문에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번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이 단순히 기아차만의 일이 아니다. 국내 자동차 생산의 3분의 1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기아차의 위기는 곧바로 5000여곳의 1·2·3차 협력사로 전이된다. 기아차의 지분 33.88%을 쥐고 있는 현대차 역시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며, 앞으로 노동시장에서 분란도 불가피하다.

현재 진행 중인 주요 통상임금 소송에서 아시아나항공과 현대중공업, 금호타이어는 1심에서 신의칙이 부정돼 패소했다. 하지만 2심에서 신의칙이 받아들여져 승소한 바 있다. 현재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이다.

재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차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고임금이라는 고질적 문제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이라며 “사법부가 근로자들의 수당을 추가로 올려주게 되면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산업과 국가경쟁력 전반에 어려움과 위기를 가중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전경(사진=기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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