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고용 대책 왜 나왔나… “학력 인플레 해소”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청년(15~29세) 고용률은 39.7%로 지난 1982년 이후 처음으로 40% 밑으로 떨어졌다. 독일(57.7%)과 스위스(69.7%) 등 선진국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0.9%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또 우리나라 전체 경제활동인구(15~64세)의 고용률 64.4%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청년층 인구 감소와 대학 진학률 상승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980~1990년대 1000만~1200만명 수준이던 청년층 인구는 지난해 955만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대학 진학률은 20~30%대에서 70~80% 수준으로 높아졌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청년의 높은 대학 진학으로 청년과 기업이 요구하는 학력 격차가 확대되고, 이것이 결국 청년 고용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청년 고용 대책을 통해 청년들이 대학을 가지 않고도 실력으로 취업은 물론 사회에서 성공할 기회를 제공해 학력 인플레로 야기된 각종 사회 문제까지 해결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후(後)진학 활성화로 조기 취업 촉진
이번 대책의 골자는 △선 취업·후 진학 활성화를 통한 조기 취업 촉진 △청년 인턴 지원금 확대 △군 입대로 인한 경력 단절 해소를 위한 중·장기 재직 청년에 대한 장려금 지급 등이다. 특히 청년층의 조기 취업을 유도하기 위해 대졸자보다는 고졸 및 중소·중견기업 고용 문제 해소에 무게를 뒀다.
정부는 우선 교육 시스템을 현장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1~2일은 학교 수업을 받고 3~4일은 기업에서 훈련을 받는 스위스식 도제 학교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직업 학교를 시범 운영키로 했다. 내년 중으로 특성화고 3곳, 기업 학교 4곳을 시범 운영한 후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또 채용과 연계한 기업 맞춤형 반을 산업단지 인근 학교 1000곳으로 확대하는 한편, 일반고에 대한 직업교육 기회를 늘리고 특성화고 전·입학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대학 진학 대신 일자리를 선택하는 고졸자들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기 위해 청년 인턴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경우 직접 받게 되는 지원금 규모도 기존 180만~22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으로 인상한다. 대상 업종도 기존 제조업 생산직, 정보통신 및 전기·전자업에서 전 업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고용 안정성·근로 조건 개선이 우선
이번 정부 대책은 결국 청년들에게 대학 진학에서 취업으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와 중소기업의 고용 안정성 및 근로 조건 개선 등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특히 대졸 실업자에 대한 대책 미비가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력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대학은 산업현장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는 등 교육과 진로 체계, 일자리의 연관관계를 장기적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를 위한 구조적 여건을 마련하는 것에 정책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