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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목표는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이다. 한은법에 명시돼 있다. 물가 상황과 금융 상황을 주시하며 기준금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식이다.
엄밀히 말해 ‘고용 안정’은 법적 목표는 아니다. 고용이 확 늘거나 준다고 해서 통화정책으로 당장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공감대가 여기에 묻어 있다. 쉽게 말해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당장 일자리가 많아지지는 않는다. 일자리는 더 미시적인 정책의 영역에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한은 내부에서 가장 주목하는 통계가 일자리다. 이유가 있다. 고용 충격 여파가 워낙 크다보니, 소득과 소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소비의 흐름은 경기와 물가의 등락과 직결된다. 고용발(發) 경기 둔화론이다. 한은 인사들은 “고용 통계를 쭉 봐왔지만 요즘 들어 더 주시하게 된다”고 말한다.
국고채 3년금리 10개월만에 1%대
17일 발표된 지난달(7월) 고용동향 통계도 그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 폭은 5000명에 그쳤다. 지난 2010년 1월 이후 8년6개월 만의 최저치다. 지난해 월평균 30만명을 넘었던 취업자 증가 폭이 올해 들어 6개월 연속 10만명 이하에 머물고 있고, 지난달에는 급기야 1만명이 무너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파에 취업자 수가 급감했던 때와 비슷할 정도로 악화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당장 통화정책에 민감한 채권시장부터 격하게 반응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5.3bp(1bp=0.01%포인트) 하락한(채권가격 상승) 1.997%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18일(1.935%) 이후 10개월 만에 1%대로 급락한 수치다. 3년물은 통화정책 영향을 많이 받는다.
3년물 가격이 이 정도로 급등한 건 일자리 쇼크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에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옅어진데 따른 것이다. 오는 31일 열리는 8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때 인상 가능성도 일각에서 거론됐으나, 그 경계감도 사그라들고 있다.
국고채 3년물뿐만 아니다. 5년물 금리도 전거래일 대비 6.0bp 내린 2.208%에 거래를 마쳤다. 이 역시 지난해 10월18일(2.139%) 이후 가장 낮다. 장기물인 10년물 금리도 2.431%로 10개월 만의 최저치로 급락했다.
8월 금통위 때 금리 인상 어려울듯
일각에서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8월 금통위를 통해 명시적인 인상 신호를 던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용이 경기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연내 동결론’도 재차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