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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를 처음 방문했다. 얼마 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재무부 홈페이지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장문의 공개 편지를 올렸다. “대통령님께. 이곳 재무부를 방문해주셔서 무한한 영광(great honor)입니다. 대통령께서 방문해 주신 이후 당신을 위한 일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그것은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들을 위한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것이겠지요.”
뉴욕에서 만난 한국 정부 관계자는 “의전과 서열을 중요시하는 국내 공무원 조직에서도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의 공개 편지를 쓴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며 혀를 내둘렀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은 격의 없는 오바마 정부 때와 달라도 한참 달라졌다.
대통령의 판단이 이랬다 저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주위에는 말리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의 주위엔 가족들과 돈 많은 사람들, 그리고 트럼프에 복종하는 사람만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대통령의 고집을 더 강하게 만든다. 가뜩이나 트럼프 대통령은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편이다. 워터게이트 파문으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의 대통령직을 승계한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기록한 48%를 밑도는 역대 최저인 40%(월스트리트저널 조사 기준)까지 지지율이 곤두박질쳐도 트럼프는 “가짜 여론조사”라고 응수한다. 공화당 내에서조차 “이게 독재 아니냐”는 비판이 나와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미국은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움직이던 나라였지만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의 목소리가 너무 강해졌고 그를 견제할 세력도 별로 없다. 트럼프 행정부 앞에 놓인 고난의 행군은 이제 첫 발을 뗐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