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혼란만 남긴 연비 검증

  • 등록 2014-06-26 오후 5:38:48

    수정 2014-06-26 오후 5:38:48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정부는 26일 ‘연비 과장’ 논란이 일고 있는 현대자동차(005380) 싼타페와 쌍용차(003620) 코란도 스포츠에 대한 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증을 한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의 결론은 엇갈리는 가운데, 국토부는 두 업체가 연비를 부풀렸다며 최대 10억 원(매출의 1000분의 1)의 과징금을 물리기로 했다. 지금까지 연비로 과징금을 매긴 일은 없었다는 걸 생각하면 꽤 강경책을 쓴 셈이다. 대신 현대차와 쌍용차는 소비자를 속이고 연비를 부풀린 파렴치범으로 몰리게 됐다.

싼타페나 코란도는 산업부에서 1년 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모델이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연비를 부풀렸다고 결론을 내리고 과징금까지 부과한 것이다. 현대차나 쌍용차로서는 억울한 부분이 많다고 호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부처간 조율해 절차대로 일을 진행했다면 신뢰성 논란 대신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부처간에 파열음은 ‘밥그릇 싸움’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자동차업체들은 십 수년간 산업부의 자가인증방식에 따라 연비를 검증받아 왔는데, 작년 말 느닷없이 국토부가 다른 잣대를 들이대며 검증에서 불합격받은 업체가 나왔다. 당시 국토부가 연비에 곱지 않은 여론을 등에 업고 산업부의 연비규제권을 뺏으려고 ‘무리수’를 둔다는 뒷말이 많았다.

정부부처의 한 공무원은 “기준을 바꾸려면 계도기간을 1년 정도 주고 바뀐 기준을 적용하는 게 행정 하는 사람들의 상식”이라고 했다. 갑작스런 검증이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연비 자가인증제도의 핵심은 연비를 인증한 곳에서 검증하는 것이다. 신뢰성을 위해서다. 연비 측정은 운전하는 사람만 달라져도 차이가 크다. 다른(?) 의도를 갖고 검증을 하면 얼마든지 수치를 바꿀 수 있다. 논란이 된 연비를 재검증했는데 인증기관에 따라 합격(산업부)과 불합격(국토부) 판단이 엇갈린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사전인증과 사후검증 모두 미국환경보호국(EPA)이 주관한다. 국내에서는 인증은 산업부가 하고 검증은 국토부가 한 꼴이 됐다. 부처 간 힘겨루기 속에서 나타난 기형적 모습이다.

이번 연비 논란의 승자는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규제권을 챙긴 국토부란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기업은 눈치를 봐야 할 시어머니가 둘로 늘었고, 정부는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본말 전도가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정책의 의도와 순서가 꼬여 뒷맛이 개운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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