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는 2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우리나라의 금융부문 평가 프로그램(FSAP) 보고서를 공개했다. IMF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스트레스 상황을 가정해 평가를 진행한 결과, 한국의 금융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복원력(overall resilient)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보고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자료(작년 6월 기준)를 토대로 작성됐지만 FSAP의 스트레스 시나리오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의 크기·지속기간(depth and duration)을 이미 반영했다고 금융위원회는 설명했다. 코로나가 경제 전반에 금융위기급 충격파를 몰고 와도 우리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IMF는 저금리·저성장, 인구 고령화, 핀테크 발전을 포함한 금융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일부 분야는 자세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MF는 가계부채가 전반적으로 관리가능한 수준이지만, 주택가격 하락 충격이 발생하면 고령층 차주의 취약성이 클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가계대출은 증가율은 연평균 9.9%다. 30대 이하 청년층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7.6%, 30대 이하가 3.3%, 50대가 4.4%였다. 60대에 진입한 베이비부머계층이 노후를 위해 부동산투자 등을 확대하면서 그만큼 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국민연금 역시 현행 추세대로라면 2057년쯤 기금 소진이 예상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IMF는 평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갭투자’도 많아졌고 개인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주식이나 펀드투자”라면서 “IMF는 원론적 차원에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IMF는 은행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것으로 봤다. 금융위기 같은 위협이 와도 지방·상호저축·정부소유은행 등 제한적 영향을 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IMF는 저금리나 핀테크, 비은행 금융기관이 등장해 경쟁이 심화하면서 은행과 보험업권의 미래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이 채권자손실분담제도(Bail-in)를 도입하는 방안도 권고했다. 이 제도는 은행이 지급불능상태에 빠지면 주주와 함께 채권자도 채권 상각이나 출자전환 등의 형태로 손실을 분담하는 제도다. IMF의 권고는 주주 외 은행채 투자자도 손실분담을 지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쪽에 초점이 맞춰있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이밖에 오픈뱅킹의 법적 근거 마련을 포함해 보안과 운영상 위험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국가로 분류되어 정기적으로 FSAP 평가를 받아야 할 의무가 있다. 이번 평가는 2003년, 2014년에 이은 세 번째다. FSAP은 극단적인 상황이 현실화하면 생길 수 있는 금융시스템의 취약요소를 미리 발견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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