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박원순 시장, 초심으로 돌아가야

  • 등록 2016-06-03 오후 11:00:00

    수정 2016-06-03 오후 11:00:00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사회의 그늘에서 일하는 분들을 우리가 잘 대우하고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제가 강조하는 인도(Humanitarian) 행정의 첫걸음이라 믿습니다.” 지난 2014년 5월 박원순 시장이 지하철 2호선의 안전을 점검하면서 했던 말이다. 기존 안전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서울시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줄여나가고 근무환경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약속도 함께 했었다. 박 시장은 그동안 ‘노동존중’을 중요시하며 특히 고용이 불안정한 청년층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그런데 지하철 구의역에서 안전사고가 또 다시 발생하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한 시선이 싸늘해지고 있다. 대권을 향한 행보에도 적잖은 부담이다. 최근 4년간 홀로 안전문 작업을 하다 점검 직원이 사망하는 사고는 세 차례나 발생했고, 19살 청년이 목숨을 잃은데 시민들의 분노가 크다. 특히 사고의 책임이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기업인 서울메트로쪽에 기울면서 박 시장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를 고려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3~4일 예정된 충북 방문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하지만 메르스사태 때 긴급 기자회견을 했던 것과 달리 주요일정을 이유로 사망자 시신이 안치된 병원이나 구의역 현장을 이삼일 뒤에야 방문, ‘뒷북 수습’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번 충청도 방문은 여권의 대권후보로 떠오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한 직후인데다가 박 시장 부인인 강난희 여사의 고향이 충북 영동이라는 점도 정치적 행보라는 해석을 부추겼다.

앞서 지난 5월 박원순 시장은 광주를 찾아가 대선출사표를 시사하는 정치성 발언을 쏟아냈다. 전남대 강연에서는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겠다”고 말했고, 5·18 민주화운동 서울기념식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수 없는 현실에 저항하고 분노해야 한다”며 야당의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려 했다. 최근 종로 무악동 옥바라지 골목 강제퇴거 현장에서는 “손해배상을 당해도 이 공사는 없다”고 말해 철거민들이 환호를 받고,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벌어진 ‘묻지마 살인’ 사건 때도 바로 현장을 찾고, 추모 메시지를 서울시청에 보관키로 하는 등 신속한 행보를 보였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개인 방송인 ‘원순씨 X파일’에서는 최근 “노무현재단과 함께 서울에 ‘노무현 루트’를 만드는 것을 상의하겠다”고 언급, 더불어민주당내에 친노 진영에 다가가려는 의도를 보였다. 이 밖에 그는 ‘4·13 총선은 사이다 같은 결과’,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안방의 세월호’라며 주요 현안에 관해 거침없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렇듯 정치적인 발걸음이 빨라진 가운데 터진 구의역 사고를 두고 박 시장은 SNS를 통해 “19살 청년의 꿈을 지켜주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사죄드린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다 그래’라는 관행과 싸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해당 본부장을 교체하는 문책인사를 단행하는 등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관행으로 규정하면서 ‘꼬리자르기’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박 시장 취임이후 벌써 세 번째 죽음이다. 반복되는 사고의 근복적인 원인으로 산업안전기준을 따르지 못하는 행정시스템의 후진성이나 불합리한 절차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위기관이 산하기관이나 용역업체를 장악하고, 끼리끼리 일을 몰아주고 일자리나 이익을 챙기는 구조를 확실하게 뿌리 뽑아야 한다. 박시장 역시 서울메트로, 도시철도, 시설관리공단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에 자신의 정치적 인맥을 무차별적으로 선임해 비난의 화살을 받기도 했다. 내달이면 민선 6기 3년차를 맞는 박원순 시장이 싸워야 할 ‘관행’이 어디이고, 누구인지, 행정가의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곱씹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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